3분기 TIPS 1.2% 손실, 1년래 최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로플레이션’이 미국 채권시장을 장악했다.
3분기 미국 국채가 강한 랠리를 보인 반면 물가연동채권(TIPS)이 같은 기간 1년래 최대 분기 손실을 낸 것.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년래 최저 수준으로 밀린 구리[출처=블룸버그통신] |
반면 같은 기간 TIPS는 1.2%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월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투자자들의 물가 상승 기대도 5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TIPS가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연율 기준 0.2% 오르는 데 그쳤다. 상품 가격의 추세적인 하락이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임금 상승도 극심하게 완만해 물가 상승률이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플레이션은 40개월 연속 연준의 목표치를 하회한 상황이다. 변동성이 높은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도 지난 8월 1.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채권시장의 강세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장기물일수록 채권 가격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강한 하락 압박을 받는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채권 투자 수익에 커다란 흠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TIPS는 물가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리스크에 헤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상황에 높은 인기를 끈다.
최근 수개월간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 동향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수요 감소, 상품 가격 하락 및 이머징마켓 통화 가치 급락은 인플레이션 하락 리스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10년물 국채와 같은 만기의 TIPS 수익률 스프레드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9월23일 기준 한 주 사이 투자자들은 TIPS를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채권 관련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 6000만달러의 자금을 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상품은 최근 9주 가운데 8주에 걸쳐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린 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디스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다”며 “TIPS의 저가 매력이 발생한 상태이지만 실물 경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매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