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임원할당제·양성평등승진제 등 법제화 난항
[뉴스핌=김지유 기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깨는 해법으로 제시된 여성임원할당제·양성평등승진제 등이 국회에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양성평등승진제 도입을 위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준비 중이다. 그렇지만 발의까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권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승진인사 시 특정 성별의 승진자가 7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여성의 승진 비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만큼 30%를 여성직원으로 할당하자는 취지다.
권 의원 자신이 KT 여성임원 출신으로 유리천장을 직접 극복해 본 만큼 입법화를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김학선 기자> |
다른 국회의원들도 유리천장을 깨뜨려야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법안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은 유리천장에 대해 "지난 2013년 이후 여성가족부는 여성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서 공공기관에 여성인재들을 추천하고 있지만 추천인 중 14%만 위촉되는 실정"이라며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두껍고 높은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 여성임원할당제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여성 고위직 30% 할당제를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3년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 의원은 이들 개정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부승진'을 통한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초점을 뒀다. 보다 근본적인 유리천장 해법을 모색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유리천장으로 인해 여성이 고위직 진출에서 누락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근거를 댈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어떤 기관은 여성직원의 수가 많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승진시 여성에게 할당량을 주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사권은 기관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확보가 돼야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20명 중 5명을 승진시켜야 하는데 20명이 다 남자라면 할당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려운 사정들이 있어서 계속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승진이 예민한 문제인데 평가 결과를 객관화하기가 어렵더라"면서 "역차별 우려 등이 있을 수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천장 극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부족하다. 권 의원은 "여성들의 업무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이 너무 거세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앞서 정몽준 전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 여성임원할당제 법안도 소관 상임위에 딱 한 번 상정된 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공감대는 있지만 법제화하기에는 쉽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여성문제 전문가는 "제도의 필요성은 있다고 하더라도 법제화하기에는 (권 의원 측 설명과 같이)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 전 의원 등 앞서 발의된 관련 법안들이 아직 처리가 안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어렵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문미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U에서는 이사직에 대해 여성할당제를 30%, 높게는 40%까지도 하고 있다"며 "여성들의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남성과)동등한 잣대로 보면서 여성들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제도가 사회전반을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해놓는다면 모든 공공기관에서 여성 임원들을 찾으려는 노력은 할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발굴하고 양성해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1위에 오른 핀란드는 80점에 달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급 이상 공무원 8639명 중 여성은 955명(11.1%)에 그쳤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민간기업의 여성관리자 비율은 19.2%, 공공기관은 13.9%에 불과했다. 특히 47개 공공기관은 여성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