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태·안보법안 계기로 학생운동 재점화
아베 신조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불허한 현재의 헌법 해석으로는 우리의 자녀와 손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며 자위대의 역할이 확대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내각이 안보법안 강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개헌은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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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법안 반대 시위 참가자 <출처=AP/뉴시스> |
이에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의 장기화된 불황에 허덕이며 정치와 사회를 철저히 외면했던 청년층이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을 전면 반대하며 반아베 세력의 선봉에 섰다. 이 중심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실즈, SEALDs)'이 있다.
일본에서 학생운동은 1970년대 이후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청년층이 더 이상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한 영향도 컸다. 경기침체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층은 '사토리 프리터'나 '사토리 세대' 등 사회와 닮을 쌓고 지내는 존재로 전락했다.
사토리 세대는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 세대로, 돈벌이나 출세에 관심없는 젊은층을 일컫는 말이며, 프리터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층, '프리 아르바이터'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아베 신조 내각의 안보법안 강행 등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사건들을 계기로 청년층은 변하기 시작했다. '실즈'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출발했다.
단체 영어 약자의 발음이 보호막(방패)를 뜻하는 '실즈'의 핵심 멤버인 메이지가쿠인대학 4학년생 오쿠다 아키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치가 변하지 않는 것에 혐오감을 느꼈다"며 "경제 거품이 붕괴되고 사회가 양극화된 절망적인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뭔가 나서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쓰쿠다대학 3학년생 노부카즈 혼마는 "아베 정권이 밀어붙이는 안보법안은 일본 군인들의 목숨은 물론 일본이 테러단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 6명 소모임이 수 만명 시위세력으로.. 폭넓은 연령층 지지, 유명인사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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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SEALDs) 문장 <출처=실즈 홈페이지> |
일본 소피아대학의 데이비드 슬레이터 문화인류학부 교수는 "시민들은 실즈가 극단적인 행동주의 단체가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실즈는 노년층과 주부, 고등학생 등 다양한 이들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는 과거 대다수 운동권 조직이 얻지 못했던 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위에 참여하는 유명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난 30일 시위 현장에서 "실즈를 포함한 젊은층과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우리에게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나 프랑스 대혁명처럼 목숨을 걸고 투쟁끝에 쟁취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는 "인생 80년 중 70년은 평화헌법하에서의 삶이었다"며 "안보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은 사라질 것"이라고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실즈'는 안보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노부카즈 혼마는 "대립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하며 학생들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보법안 외에도 청녀능의 취업과 사회보장 문제가 산적하기 때문에 행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오쿠다 아키는 참의원 평화안전법제 특별위원회가 연 공청회에 참석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안보법안의 폐지를 호소했다.
야당인 민주당 추천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그는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가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