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ETF, 벤치마크의 5~6배 폭락…룰48로 유동성 악화
[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미니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하면서 상품 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가 급격히 확대되는 치명적 결함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ETF 구조와 시장 거래 규정에 대한 비판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 당국은 과거 '플래시 크래시' 사태 이후 질서정연한 거래를 위해 일부 종목 거래 중단을 허용한 규정이 급격한 변동장세에서 오히려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같은 규정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뉴욕증시 투자자 <출처=블룸버그통신> |
4일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뱅가드 디비덴드 어프리시에이션 ETF(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ETF, 종목코드: VIG)는 37% 급락했다. 같은 기간 VIG의 벤치마크인 나스닥 US 디비든드 어치버스 셀렉트 인덱스(Nasdaq US Dividend Achievers Select Index)의 NAV가 7.2% 하락한 것에 비하면 무려 5배가 넘는 낙폭이다.
VIG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존슨앤존스 등 주요 블루칩 종목이 포함된 ETF로, 전체 자산 규모는 186억3000만달러고 하루 평균 거래량도 87만1400주에 이를 정도로 규모와 유동성을 갖춘 상품이다.
SDPR 스탠다드앤푸어스(S&P) 디비덴드 ETF(SDPR S&P Dividend ETF, 종목코드: SDY)도 38% 폭락, SDY가 추적하는 인덱스인 S&P 하이일드 디비든드 아리스토크래츠 인덱스(S&P High Yield Dividend Aristocrats Index)보다 6배가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 극심한 변동성에 대비한 규정 '룰48'이 되레 화근
같은 날 뉴욕 증시는 4년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변동성이 급격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증시와 유럽 증시가 급락한 데 따른 파장으로 해석했다. S&P500지수는 77.68포인트(3.94%) 급락 마감했으며, 이에 따른 충격이 ETF 시장은 몇 배 확장돼서 전달된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ETF 시장의 공정하고 정확한 거래를 위해 만든 '룰48(Rule 48)' 등 규칙들이 도리어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따라 ETF의 매도-매수호가 차이가 확대되면서 가격 폭락 양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당시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개장 전 다우지수 선물이 3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변동성이 높아진 데 따라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룰48'을 작동했다. '룰48'은 극단적인 시장 변동성 상황이 선언되면 예외 조항이 작동하는 것(Rule 48. Exemptive Relief — Extreme Market Volatility Condition)으로, 이 경우 증권중개인 등 시장조성자들이 개장 전에 가격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허용한다.
존스트레이딩 인스티튜셔널 서비스의 데이브 루츠 ETF 거래부문 헤드는 "(현물 시장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한) 선물 거래를 할 수 없고 판매된 종목이 어느 가격에 개장할지도 알 수 없게 되면서 ETF 시장조성자들의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며 "시장 투명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ETF 시장 조성자들의 거래 주문이 줄어들면서 매매 호가 차이가 급격히 확대됐고, 매도 주문이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에 체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대다수 ETF나 종목들 가격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5분 단위로 거래가 정지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나 아브라모빅 크레디트스위스 트레이딩 전략가는 "ETF가 담고 있는 종목의 거래가 정지될 경우 ETF는 가격과 NAV 간에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며 "ETF는 S&P500지수와 같은 인덱스를 추적하는데, 단지 (지수의 일부분에 불과한) 종목의 거래가 정지됐다 해서 ETF까지 거래 정지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참가자들은 ETF가 가진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ETF의 거래 방식과 시장 상황 등에 대해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ETF가 투명성과 세금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직접 매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장기 투자자이고 잦은 매매를 하길 원치 않는다면 일반 뮤추얼펀드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