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20년래 최장기 공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회사채 시장이 20년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주식은 물론이고 상품 가격과 시장 금리까지 각종 금융 지표가 널뛰기를 한 데 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종적을 감췄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지난 1995년 1월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지난 달 18일 초콜렛 업체 허쉬가 6억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미국 기업의 투자등급 채권 발행이 마비된 상황이다.
GAM 그룹의 잭 플러허티 투자 이사는 “기업 경영자 가운데 누구도 회사채 발행이 절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관망하며 기다리겠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8월 중순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앞서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잰걸음을 했다.
상당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선제적으로 이뤄진 데다 금융시장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5670억달러에 달했다. 제로 금리 정책이 종료되기 전에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기업들이 앞다퉈 발행에 뛰어들면서 연초 이후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게 꺾인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을 일으키면서 발행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리스크 회피 심리가 크게 고조되면서 회사채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발행시장에 한파를 일으킨 요인으로 꼽힌다.
사실 중국발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기 앞서 이미 신용시장은 경고음을 냈다. 국채 대비 미국 회사채 수익률 프리미엄이 지난 8월 1.6%포인트까지 상승한 것.
바클레이즈의 브루노 벨로소 투자등급 신용 전략가는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나타나기 이전에도 하반기 회사채 발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7월 발행은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 같은 발행 수요가 영속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을 이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발 금융시장 패닉이 진정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 여지가 높고, 이 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수요가 다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