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상반된 현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시장이 파열음을 냈지만 채권시장은 미지근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그쳤다.
엔화와 금값이 들썩이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랠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과거 2004~2006 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올렸지만 장기물 채권 금리가 움직이지 않자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수수께끼’라고 지칭하며 의아한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채권시장은 당시 상황과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최근 1개월 사이 7% 이상 떨어진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단기적인 하락을 보였을 뿐 1개월 전 수준을 회복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컨버젝스의 니콜라스 콜라스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이 현 수준보다 더 크게 랠리를 해야 마땅하다”며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보다 강력한 힘이 채권시장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를 겨냥, 위안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입할 경우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일정 부분 매도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한 사실이 지표로 확인된 바 있다. 이 경우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이르면 연내 연준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자들은 과거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상반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정책자들의 예상만큼 장기물 금리가 오르지 않았던 당시와 달리 중국의 국채 매도로 인해 이번에는 시장과 연준의 예상보다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콜라스 전략가도 이 같은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방향에 맞서며 장기물 채권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미국 국채 매도 움직임과 추가 매도 가능성이 채권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뿐 아니라 상품 수출국도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예산 공백을 채우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주식시장의 패닉에도 채권시장이 랠리하지 않는 것은 이번 주가 폭락이 과거 2008년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포트 피트 캐피탈 그룹의 제이 소마리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지만 현금을 확보한 채 매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며 “주가 낙폭이 컸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2008년 신용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