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그림자 금융, 잠재 리스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캐리 트레이드로 쏠쏠한 차익을 올리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 금리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사이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신흥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국내 자산을 매입하는 형태로 차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이나 인도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디폴트 리스크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브릭스(BRICs,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을 필두로 이머징마켓이 부상한 데다 원자재 시장이 활황을 이루면서 이들 지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달아 올랐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값싼 자본이 홍수를 이뤘고, 회사채 발행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머징마켓 기업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하이일드 본드 시장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이 확산되면서 이들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이머징마켓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진 데 따라 기업들이 경영 압박을 받고 있고, 리스크 회피 현상으로 인한 채권 수익률 상승이 기존 회사채의 차환 발행 비용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BIS가 47개국 3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 자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달러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과 흡사한 수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이머징마켓 기업의 회사채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이 같은 금융거래에 잠재된 불확실성이라고 BIS는 지적했다. 회사채 발행 자금 가운데 일부는 해당 지역 은행권에 예치, 다른 기업들의 여신에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분은 국내 기업어음을 포함한 금융 상품을 통해 자금줄로 동원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역이 기업 재무제표를 통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BIS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주춤할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을 선제적으로 예측,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새로운 형태의 그림자 금융이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형태와 규모 역시 알아차리기 힘들고, 그만큼 잠재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라고 BIS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