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수지 101.1억달러 흑자, 41개월째 '사상 최장기간'
[뉴스핌=정연주 기자] 경상수지 흑자폭이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넘어설 정도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지만 그 이면은 암울하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두 배 이상 큰데다 성수기였음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여행수지 적자폭이 7년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 부진 원인이 대부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데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있으며 여행수지 악화도 당장 9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불황형 흑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은이 2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100억달러대 흑자행진이며 역대 최장기간 흑자 기록도 41개월로 갈아치웠다.
1~7월 흑자폭도 624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1억2000만달러 많았다. 낮은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한은 연간전망치(98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당분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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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현황(2014년 실제 결과와 2015년 전망치)<자료제공=국제통화기금(IMF)> |
◆불황형 흑자 논란 지속..수출 2개월만에 다시 두 자릿수 감소
수출입 감소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수입 감소보다 수출 감소가 더 크다는 점에서 불황형흑자 논란은 여전하다. 상품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0.4% 감소한 48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16.3%) 이후 2개월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다. FOB기준 상품수입은 20.6% 줄어든 373억5000만달러로, 지난 2월(-21.9%) 이후 5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박 부장은 "상품수출 감소세가 7월중 지속됐다"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 감소, 가공 및 중계무역 부진, 자동차·가전·디스플레이 패널·정보통신기기 등 일부 수출주력품목도 전년동월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 상황을 불황형 흑자로 지칭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경제주체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금통위원은 전날 발표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불황형 흑자'라는 용어는 중립적인 경제현상을 나타내는 '경상수지 흑자'에 부정적인 인식이 드는 '불황'을 의도적으로 조합한 경제적 실체가 모호한 조어라는 점, 경제주체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경상수지 흑자를 '불황형 흑자'로 지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도한 흑자가 환율 정책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환율전쟁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흑자 증가 속도로 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흑자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외국인 국내 투자자금 이탈 현상도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외국인증권투자 순유출 규모는 전월(65억달러)보다 확대된 7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다보니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불황형 흑자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세계 교역 규모가 상반기중 11% 감소한 상황이라 수출 부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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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흑자 탈피 노력 필요..메르스 여파 3분기 지속 전망
실제로 외환당국인 한은이 환시에 개입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7월중 준비자산의 경우 9억7000만달러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당시 급등하는 달러/원 환율의 속도 조절을 위해 한은이 보유 중인 달러화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형이지만 흑자라 기축통화를 안쓰는 나라에선 긍정적일 것"이라며 "다만 흑자 규모가 GDP의 6~7%에 달하는 상황이라 외환시장 개입 여지가 훨씬 줄어들고 있다. 환율 대응 측면의 정책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외투자나 내수 활성화 등 정책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이 통화 완화를 위해 환율을 컨트롤하고 있다"며 "중국까지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여전히 높아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대규모 누적 현상을 탈피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재에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일반 소비재 수입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면 경상수지 흑자 압력과 원화 절상 압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메르스 여파는 3분기중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7월중 여행수지는 메르스 영향에 1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2008년 7월(16억5000만달러)이후 최대 적자폭을 나타낸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9월은 돼야 메르스 여파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환 부장도 "7월 입국자수가 63만명으로 작년 7월 135만5000만명에 비해 53.5% 감소했다"며 "여행 계획을 다시 잡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8월과 9월에도 메르스 영향이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