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시티 개리 몽크 감독.<사진=스완지 공식 트위터> |
[EPL] '맨유 킬러' 스완지 몽크 감독 주가 급등... 현지 매체 "잉글랜드의 미래"
[뉴스핌=김용석 기자] 지난 3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나락으로 밀어버린 스완지시티 개리 몽크 감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영국 언론에서는 예상보다 일찍 기성용을 투입해 수비진을 교란시킨 몽크 감독의 작전을 신의 한수라 평가하며, 몽크 감독을 차세대 감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더구나 영국 출신의 토종 감독이다.
이 경기를 통해 몽크가 얻은 것은 승점 3점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패기 넘치는, 젊은' 정도의 수식어가 몽크 감독 앞에 붙었었다면 이제 '책략가'라는 단어가 하나 더해졌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만이다.
심지어 '1위 맨체스터 시티가 날 세우고 지켜봐야 할 팀은 맨유가 아니라 스완지 시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두 번의 승리는 축구에서 얼마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맨유를 상대로 내리 3승을 챙기는 일은 유례가 드물기에, 몽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던 프리미어 리그 전문가들마저 입을 모아 몽크 찬가를 부르고 있다.
36세의 젊은 몽크 감독은 "즐거운 경기였다. 처음 20분은 맨유가 눈부셨지만 후반전은 우리가 훨씬 대단했다. 선수들은 아주 용감했고 필요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현재 리그에서 가장 촉망 받는 감독으로 올려준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여기에 맨유의 적들이 모두 가세해 몽크 찬가를 부르면서 하루 밤새 리그에서 가장 '핫'한 감독으로 등극했다. 물론 정확히 말해 하루밤은 아니다. 12개월 만에 맨유를 세번이나 눌러버린 덕분이다.
몽크는 이번 경기를 통해 작년의 선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음은 물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전략과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외인 감독들이 호령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젊고 야심찬 그러나 경력은 전무한 영국 토종 감독의 선전은, 외인 감독에게 더 가혹한 잉글랜드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맨유 판 할 - 네덜란드, 첼시 무리뉴 - 포르투갈, 아스날 벵거 - 프랑스, 맨시티 펠레그리니 - 칠레 등).
몽크는 1979년생, 영국 나이로 이제 겨우 36세다. 바로 지난 해인 2014년까지 10년을 스완지 시티의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2015년까지 선수로 뛰기로 계약되어 있었으나,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의 해임 후 임시 감독을 맡았다가 2014년 5월 정식 감독으로 데뷔해 지난 시즌을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기성용을 비롯한 많은 현 스완지 선수들과는 팀 동료이자 선배였다가 이제는 감독인 것이다. 특히 든든한 수비로 몽크를 서포트 해주고 있는 현 주장 윌리엄스는 함께 2013년 리그컵을 들어올린 '절친'이다. 2013년 리그컵 결승 후반에 기성용 대신 교체 투입된 선수가 바로 개리 몽크 감독이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친구 같고 형 같은 선수이니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작전을 지시하는 능력이, 비싼 만큼 다루기 까다로운 스타 플레이어로 가득한 팀들보다 당연히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몽크가 타 프리미어 리그 감독에 비해 경력이 일천한 신인 감독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첼시나 맨유 같은 거물들이 즐비한 팀 감독이 골머리를 앓는 선수들의 작전 소화 능력이나 조직력 문제는 덜한 것이다.
몽크는 바로 여기서 프리미어리그 중소팀들이 버텨나갈 실마리를 찾았고 그것이 지금까지는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마주 오는 덩치 큰 코끼리는 피하기 쉽지만 손톱만한 모기는 피하기가 어렵듯이, 스완지는 강팀과의 싸움에서 작고 빠른 팀이 구사할 수 있는 비좁은 틈새를 놓치지 않고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한다. 여기에 젊은 감독이기에 가능한 유연한 상황 대처가 더해져 적어도 강팀들에게 만큼은 이 전략이 잘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프리미어리그라 해도 맨유, 맨시티, 첼시와 저 아래의 선덜랜드, 스토크시티, 뉴캐슬 등의 팀은 수준 차이가 있는 팀이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마케팅을 앞세운 거인들이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을 당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축구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중 하나고 투자한 만큼 뽑는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나 스완지 시티 같은 중위권 팀들은 메이저 팀 만큼은 못하더라도 처한 현실 속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해 팀을 키워나가고 있으나 거대 팀의 물적 공세를 당해내는 것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는데...'라며 억울해한 맨유 판 할 감독의 말처럼 스완지시티가 잘한 경기는 아니었다. 전반을 보자면 맨유에게 3-0쯤으로 패했어도 이상할 게 없이 확연한 차이의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축구는 평점이 아닌 득점으로 승부하는 경기라는 것을 몽크 감독은 너무도 잘 아는 것이다.
물론 스완지 시티는 갈 길이 멀다. 스완지 시티는 패기 넘치고 조직력이 살아 있는 팀이지만 선수층이 두텁거나 스타가 포진한 팀은 아니고 몽크 감독의 전략은 아직 설익은 면이 있으니 리그 4위인 현 순위가 어쩌면 올 시즌 최고 순위가 될 수도 있다.
일찌감치 스완지시티 이적을 마무리 지은 아이유와 고미스와는 달리, 줄다리기 끝에 목돈 주고 영입한 강팀의 초대형 스타들은 시즌 초반에 적응 문제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팀의 강자들은 결국 경기를 거듭할수록 몸값을 증명할 것이니 메이저 팀들의 경기력도 그에 따라 살아나기 마련이다.
결국 스완지가 전략적 유연성과 패기 넘치는 플레이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제 아무리 개리 몽크라 해도 부담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돈이 쏟아지는 별들의 잔치 프리미어 리그에서 중소형 팀의 유쾌한 반란을 내심 반기는 축구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몽크의 앞날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