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왈부왈부]기재부장관 한은 총재 회동후 '금리인하'
[뉴스핌=김남현 기자] “자주 만나 자연스럽게 봬야 하는데 언론의 관심이 너무 많다. 외국에서는 재무장관과 총재 모임이 전혀 뉴스가 안 되는데... 전혀 뉴스가 안 되게 만듭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저녁 1년여 만에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최 부총리가 한 말이다. 말한 당사자가 이미 해답을 알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 공허함에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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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여만의 만남, 뭘 숨기려 했나
이는 우선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을 앞두고 오간 해프닝에서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침부터 기재부와 한은 공보실은 분주히 움직였다.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의 회동에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느냐는 것 때문이다.
애초부터 시간과 장소조차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기자와 특히 카메라 기자는 없었으면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기자풀단을 구성해 인원을 최소화하고 시간과 장소도 보도시점까지 비밀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보도시점까지 비밀을 지키고 취재기자 중 한은 출입기자 3명과 사진기자단 및 방송기자단에서 기자풀을 구성해 취재하는 것으로 무마됐다.
이후에도 기자들이 질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옥신각신했다. 어느 정도 합의된 듯했던 논란은 취재현장에 가서도 처음부터 어긋났다. 질문하겠다는 기자와 언제 질문을 하라고 했느냐는 공보실 간 언성이 오갔고, 결국 공보실 쪽에서는 (부총리와 총재가)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흐지부지됐다.
결국, 최 부총리도 이 총재도 경제현안을 묻는 말에 극구 답변을 피했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뉴스가 안 되게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각종 억측을 낳기 충분하게 만든 셈이다.
◆ 단순 친목도모?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모임의 성격을 “친목도모”라며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를 포함해 양 기관의 고위공직자 22명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한편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또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한 최 부총리라는 점에서 한은에 대해 그간의 협조(?)에 감사를 표하고 미리 송별인사를 하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신흥국 국가들의 불안감도 확산일로다. 미국 연준(Fed)의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국내시장 역시 급변하면서 한때 패닉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 커 보일 수 있는 시각차에 대한 조율도 필요한 시점이다. 최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후 조기집행 등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어떻게든 3%로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총재는 추경을 해도 2.8%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을 펼쳐왔다.
두 수장의 말처럼 이날 모임이 단순 친목도모였다면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두 기관이 엄중한 시기에 와인을 마시며 술판만 벌인 셈이 된다.
◆ 최-이 만남 금리인하로 귀결..떠날 최 책임 떠넘기기
최 부총리와 이 총재의 만남은 꼭 기준금리 인하로 귀결됐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해 7월과 9월 만남 직후인 8월과 10월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각각 25bp(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지난해 9월 만남 직후 최 부총리는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취재까지의 해프닝도 최 부총리 쪽에서 언론 노출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최 부총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부총리를 사퇴한다면 최 부총리의 오늘의 말은 차기 부총리에게 공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