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결정에 달려..9월 중순 매각가 박삼구 회장에 최후통첩
[뉴스핌=정연주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6000억원대 후반의 매각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대주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희망 가격(1조213억원)보다 3000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매각 시기를 놓칠 것을 우려한 다수의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시한 인수가격(6503억원)을 고려해 희망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22개 금호산업 채권단은 산은에 금호산업 희망 매각가격을 제출했다. 이 결과 미래에셋은 기존의 매각가를 유지했고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는 7000억원 후반대를 제시한 반면, 은행권 등 다수의 채권단은 6800억~7000억원 초반대의 희망가격을 제시했다.
이 중 박 회장의 제안가에 맞추자는 채권단도 3곳 이상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은행은 산은에 가격 결정을 위임했다.
박 회장 제안가를 맞추거나 5%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는 등의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자는데 다수 채권단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미래에셋과 산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산은은 그간 금호산업 지분 보유로 생긴 손실이 3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 매각가 산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사실상 1조원 매각가가 무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IB업계에서는 금호산업 매각가가 7000억원대 전후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채권단이 제시한 희망가격을 반영해 빠르면 이번 주 최종가격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 회장에 가격을 제시할 시점은 9월 중순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산은 관계자는 "결정되는 대로 채권단 전체회의를 소집해 해당 가격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전체회의에서 의결권 기준 75% 이상이 찬성하면 매각가가 최종 확정되며 박 회장 측에서 이를 수용할지 한 달내에 결정해야 한다.
만약 박 회장이 해당 가격을 거부,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 제 3자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가는데, 업계는 공개매각 흥행 여부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공개매각 과정에서 매각가가 더 떨어질 우려도 있다.
현재 금호산업 채권단의 의결권 비율은 미래에셋이 14.7%으로 가장 높다. 미래에셋에 우호적인 FI 의결권까지 더하면 25%에 달한다. 다만 산업은행(7.6%), NH농협은행(7.0%), 대우증권(6.7%), 국민은행(2.7%), 우리은행(1.4%) 등 75%의 의결권을 가진 채권단 제시가격이 절충안이 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