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파괴력 미국보다 중국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발 테이퍼 발작보다 중국 발 블랙먼데이가 더 파괴적이었다.”
이머징마켓을 필두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가톤 급 조정을 겪은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테이퍼(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따른 시장 충격이 작지 않았지만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주가 폭락은 말 그대로 ‘발작’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머징마켓의 채권과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중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 둔화 조짐에 따른 패닉에 비하면 통제된 조정이었다는 얘기다.
주식과 외환은 물론이고 상품시장까지 중국 발 충격이 일파만파 번졌고, 디플레이션 리스크마저 부상했기 때문.
세계 1~2위 경제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일으킨 파장의 강도는 수치로 확인됐다. 최근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지난 4월 고점 대비 8%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3년 미국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한 5월과 8월 저점까지 낙폭인 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13년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연간 낙폭을 2%로 축소하며 거래를 마쳤다.
주식시장의 충격도 중국발 블랙먼데이가 컸다. 중국부터 남아공까지 23개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이머징마켓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지난 4월 말 고점 대비 무려 27%에 달하는 폭락을 연출했다.
2013년 테이퍼링 발작 당시에도 신흥국 증시가 강한 조정을 보였지만 같은 해 6월 저점까지 낙폭은 15%에 그쳤다.
상품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목격됐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을 포함해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가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 중국의 시장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에드윈 구테레즈 이머징 채권 헤드는 “중국 발 충격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신흥국 주가와 채권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 주식시장의 충격도 테이퍼링 발작 당시보다 이번 블랙먼데이에 따른 강도가 컸다. 24일 다우존스 지수가 장 초반 1089포인트 내리 꽂힌 한편 미국과 유럽의 주요 지수가 조정 영역에 진입했지만 2013년에는 미국과 유럽 증시가 연간 기준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