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동서 사조 한미약품 대상 국도화학 등 시장소통에 소극적
[뉴스핌=김나래 기자] "탐방을 받지 않아요. 소통을 하고 싶은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 리포트 작성을 포기했습니다" (증권사 A애널리스트)
"탐방을 안 받는 곳을 뚫는 것도 애널리스트의 능력일 수 있어요. 노력해도 기업이 받아 주지 않으면 기업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증권사 B스몰캡팀장)
최근 일부 상장사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의 탐방을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상장사들은 대체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게 우호적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문전박대'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주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기업문화가 있는 업체들이다. 또 지난달부터 시행된 '자본시장 교란행위 규제 강화' 역시 '기업알리기'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업계 전언이다. '구설수'에 오르기 싫은 기업들이 아예 시장과 소통을 단절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기업탐방에 대해 보수적인 기업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있어 소통할 기회가 줄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황제주로 등극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뚜기'는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오히려 '악명(?)'이 높다. 올해 초 48만5500원이었던 오뚜기 주가는 최근 하락을 감안해도 2배 이상 오를 정도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오뚜기에 대한 증권사의 리포트는 16개 정도. 주가 상승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에 비하면 리포트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리포트 수는 부쩍 줄었다. 올해 들어 회사측이 기업탐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식료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오뚜기'의 리포트를 쓰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을 초대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탐방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M/S (시장점유율) 정도만 알려주는 정도이며, 최근 실적 리뷰도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기업탐방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서 역시 기업탐방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공시를 제외하고는 외부로 공개되는 정보가 거의 없다. 이밖에 사조그룹 역시 기업탐방 접근이 어려운 기업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등 여러 계열사들이 상장돼 있지만 탐방 퇴짜를 놓기 일수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얘기다. 최근 리포트가 간간히 나오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탐방 없이 순전히 애널리스트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큰 기업이라고 해서 탐방이 쉬운 것도 아니다.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역시 탐방을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쪽은 기술이전 등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하면 조회공시 요구가 들어오기도 하고, 와전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IT부품주에서 탐방을 거부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대기업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다. 신기술을 오픈하거나 신제품이 유출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기업들의 협력사에 정보공개를 하지 말라고 막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임홍규 신한금융투자 PB는 "삼성과 애플의 경우 납품업체가 경쟁사에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원가절감, 단가하락 압력이 있어 제품의 이름이 나가거나 '원가 절감'이라는 표현에 민감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도화학, 대상, 동원산업, 삼목에스폼, 오스템임플란트, 파인디앤씨, 에이스테크 등도 기업탐방에 대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유명한 상장사들이다.
거절하는 기업들의 이유도 다양하다. 아예 대놓고 거절하는 '접근 금지형',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대는 '바쁜 중소기업형, 대표이사의 성향을 탓하는 '보수적 CEO형', 현금이 많아 필요없다는 '현금부자형', IPO 당시에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친화적으로 대하다가 이후 모르는체 하는 '나몰라라형' 등이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고 있고 회사의 전략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시로 충분히 시장과 소통하고 있고,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와도 전화로 질문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가끔 대표 이사가 IR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적대로 주가는 간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의 소통이 없으면 반영되는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애널리스가 탐방을 직접 다녀온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며 "시장의 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 기업의 방향성을 알지 못해 투자에 대한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