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15년째 이끌어
[뉴스핌=김승현 기자] “희림은 최근 핵 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건설, 플랜트,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건축의 경우 현지 업체가 경험이 부족해 해외 건축회사의 참여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많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희림은 강점인 설계와 건설사업관리(CM) 부문간 시너지를 극대화 해 기획단계부터 설계, CM을 동시에 수행하는 DCM(Design Construction Management)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란 시장 진출은 업계 국내 1위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를 15년째 이끌고 있는 정영균(사진) 대표이사의 새로운 도전이다.
희림은 건축설계, 건설사업관리(CM), 감리(CS)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종합건축서비스회사다. 지난 1970년 설립돼 45년 동안 우수한 설계 기술력과 CM 노하우로 건축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00년 코스닥 상장과 단독 해외 진출 성공이라는 두 개의 ‘업계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방글라데시, 이라크, 미국, 중국 등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과 공신력을 인정받아 세계건설업계가 인정하는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선정한 세계 200대 회사에 6년 연속(2008~2014) 선정됐다. 유럽 건축전문잡지 ‘빌딩디자인(Building Design)’이 발표한 전세계 건축설계회사 순위에서는 17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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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균 희림 대표이사 <사진제공=희림> |
이러한 희림의 정영균 대표가 새로운 ‘먹거리’으로 꼽은 것은 해외시장. 그 중에서도 이란 시장이다.
이란의 경제규모는 세계 19위로 중동 제1의 제조업 국가이며 세계 4대 원유 매장국이다. 지난 2010년 7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와 함께 우리나라의 중동 ‘4대 메이저’ 시장으로 불렸다.
정 대표는 “경제 제재가 풀려 앞으로 이란 정부는 그간 미뤄왔던 건설, 플랜트,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건축의 경우 현지 업체의 건축설계 경험 부족으로 선진 공법과 기술을 보유하고 CM업무를 맡을 수 있는 해외 CM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희림은 지난해 8월 수도 테헤란시에 지어지는 복합상업시설인 ‘아틀라스 플라자’(Atlas Plaza)의 설계용역 계약을 92억원에 체결했고 현재 추가적으로 발주처와 CM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업체들보다 앞서 진출에 성공한만큼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대표는 지금의 희림이 있기까지 역경이 적지 않았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희림이 국내 건설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단독으로 첫 해외시장에 진출했을 때 국내 업계에는 걱정 반, 의아함 반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실제 진출당시 희림 브랜드는 물론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2001년 ‘홍콩 하우징’ 국제현상설계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발주처가 1위 기업에 후속 설계권을 주기로 한 약속을 깨고 지역 업체에게 설계권을 주는 바람에 상금만 받고 물러나야 했던 쓰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의 아픔을 딛고 희림은 이후 열린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등이 발주한 국제 현상 공모전에서 다시 1위를 차지하며 해외현지시장 첫 진출에 성공했다.
건축 선진국인 미국, 유럽의 유수한 업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희림의 강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정 대표는 가장 먼저 설계와 CM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초기단계인 설계부터 시공을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설계 변경요인이 줄고, 공기 및 원가가 절감되는 등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며 “이미 베트남 외교부청사, 아제르바이잔 석유공사사옥 등에서 그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풍부한 인재풀(pool)을 언급했다. 희림은 미국건축사 13명 등을 포함한 건축사 100명, 기술사 128명, 건축 등 기사 601명 등 직원 1008명을 보유한 회사다.
마지막으로 발주처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을 꼽았다. 그는 “희림 고유의 PMIS(Projec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를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업무시간과 동선을 단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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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림의 국내 대표작 중 하나인 부산 영화의 전당 <사진제공=희림> |
최근 주택시장의 불씨는 살아났다 하지만 해외 수주가 부진해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시장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희림의 ‘생존전략’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 대표는 대형 프로젝트 유형 및 발주가 늘어나 건축회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현실에서 건축주의 요구 조건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올림픽경기장 사업에서 CM 프로젝트를 먼저 수주해 업무를 수행하던 중 설계 기술력을 어필해 설계까지 추가로 수주했다”며 “베트남 외교부청사나 아제르바이잔 석유공사사옥 등은 설계를 진행하며 발주처의 신뢰를 쌓아 CM 용역까지 맡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될 친환경건축과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에 대한 선제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희림은 1996년 국내 첫 건축연구소를 설립해 건축 관련 신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업계 최고 수준인 매출의 3~4%를 매년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며 “그 결과 SK케미칼 에코랩은 국내 및 미국 친환경인증 최고점을 획득했고 국제 BIM경기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평생을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사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건축사’라는 직업의 가치와 미래 전망은 어떤지 물었다. 유럽과 미국 등 건축 선진국에서 건축사라는 직업은 선망받는 직업의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건축사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 대표는 “시공사 위주의 우리나라 건설산업구조에서는 건축사를 단순 기술자로만 보거나 건축물의 가치를 공사비 규모로만 판단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건축가의 위상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설계쪽을 외면하고 기존 설계자들도 회의를 느끼고 떠나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 ‘건물 하나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그 만큼 건축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파급력과 가치를 지닌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꼽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바스크 지방의 공업도시인 빌바오를 매년 1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킨 게 건축물이다. 전시품보다 미술관 자체가 명소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대표는 “건설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건축사라는 직업의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건축은 건설산업의 머리에 해당하는 만큼 가치가 매우 크다”며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의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성장으로 전세계 건축 설계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건축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고양과 국가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정영균 대표는 1962년 생으로 숭실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1994년 희림에 입사한 후 지난 2001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15년째 희림을 이끌고 있다.
대외적으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사)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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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림의 해외대표작 중 하나인 아제르바이잔 바쿠올림픽경기장 <사진제공=희림> |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