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산유량 대폭 확대, WTI 장중 43달러 아래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밀릴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전망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저유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환율전쟁에 집중된 사이 다른 한편에서 ‘오일 전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원유 저장 시설[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 3월 기록한 저점을 뚫고 내려간 동시에 배럴당 30달러 선 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전날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했던 브렌트유 역시 이날 48달러 선으로 미끄러졌다.
투자자들은 OPEC이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를 30달러 선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 공급을 대폭 확대해 유가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 석유 및 셰일 업계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소위 ‘오일 전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도프 파트너는 “원유 수요 부진과 과잉 공급 문제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배럴당 42.03달러가 주요 지지선이며, 유가가 이를 뚫고 내려갈 경우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유가 하락이 OPEC의 공급 확대 이외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진 맥길란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그만큼 실물경기와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면서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 유가 향방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수요 측면의 비관론을 뒤집을 수 있는 재료 역시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42.03달러를 뚫고 내릴 경우 36달러까지 단시일 안에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서도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배럴당 32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유가 하락은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전망보다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미국 셰일 업계에 타격을 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OPEC의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공급 확대와 유가 추가 하락의 악순환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OPEC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3150만배럴로 10만700배럴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산유량을 2012년 7월 경제 제재 이전 수준까지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생산 규모 역시 하루 410만배럴로 전월 대비 4만6700배럴 늘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