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손실액 54억달러 달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금값이 5년래 최저치로 밀리는 사이 변동성이 9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거래가 날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금보다 더 크게 일격을 맞은 것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다. 일부 ETF가 연초 이후 36%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금값 하락이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펀치를 날렸다.
금[출처=뉴시스] |
금값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변동성마저 떨어지면서 트레이더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7월 고용 지표와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특히 이날 금 선물 거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분석이다.
BMO 캐피탈 마켓의 타이 웅 상품 트레이딩 이사는 “금 선물의 거래 급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꺾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미국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트레이더들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스당 1100달러 아래로 밀린 금 선물이 가까운 시일 안에 1000달러를 뚫고 내려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60일 평균 변동성은 11.8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머니 매니저들은 금 선물에 대해 2주 연속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금과 연계된 ETF 시장도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SPDR S&P 메탈 앤 마이닝 ETF는 올들어 36%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마켓 벡터스 골드 마이너스 ETF 역시 같은 기간 29%의 손실을 냈다.
이는 연초 이후 금 선물의 낙폭인 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금과 금광주에 투자하는 ETF가 기초자산인 금에 비해 오히려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히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금값의 반등이 가까운 시일 안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금광주를 주로 편입하는 ETF가 금에 비해 더 커다란 손실을 낸 것은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부채를 동원해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금값 급락과 함께 빚더미에 오른 데 따른 결과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TF 투자자보다 더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금값 하락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가 약 54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금 보유량을 약 60% 늘렸고, 러시아는 같은 기간 두 배 확대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부채위기도 중국 주가 폭락도 금 수요를 부추기는 데 역부족이었고, 두 신흥국이 금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펜션 파트너스의 에드워드 뎀지 최고투자책임자는 “금이 안전자산의 매력을 상실한 데다 달러화 상승 흐름도 커다란 악재”라며 “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