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수백억원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스팩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청약경쟁률이 높지만 공모주처럼 배정받으면 2년 내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유자금 전부를 넣고 있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로 불리는 공모주 대안으로 스팩(SPAC)투자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공모가 대비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2년 내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5/08/05/20150805000260_0.jpg)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상장한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지난달 30일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 상한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5890원까지 올라 공모가 대비 3배 가깝게 올랐다.
이날 상장한 케이비제8호스팩도 공모가는 2000원이었지만 237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앞서 진행된 일반공모청약에서는 221.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뽐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연초이후 국내증시에 상장된 스팩 총 26개은 모두 공모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팩 가격이 2100원 이하에 머물러 있으면 '매수 기회'라고 증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로 만기까지 합병법인을 찾아 우회상장시켜야 한다.
기업공개(IPO)는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기까지 주관사 선정 후 거래소의 예비심사, 수요예측, 공모주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스팩은 자금을 먼저 모아놓고 합병기업을 찾기 때문에 직접상장보다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2009년 스팩이 국내 첫 도입됐을 당시 어려움도 많았다. 국내 1호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은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고 상장폐지됐으며 2012년 상장한 스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한 증권사 IPO관계자는 "1기 스팩은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과의 합병만을 염두에 둬 사실상 직상장도 문제가 없는 기업이었다. 당연히 스팩합병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스팩들은 규모를 300억원 이하로 낮추고 합병기업 업종도 소프트웨어, 바이오, 화장품까지 넓혀 호응이 좋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각 증권사별로 시리즈로 연달아 스팩을 상장하기도 한다. KB투자증권은 제8호스팩까지 상장했으며 NH투자증권도 엔에이치스팩8호를 선보였다.
다만, 묻지마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합병공시 없이 상한가까지 급등하는 스팩은 반드시 조정이 올 수밖에 없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비상장 법인과의 합병공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팩주가가 먼저 급등할 경우 임직원의 미공개정보에 불공정거래 단속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케이비제3호스팩처럼 3개월 이상 거래정지를 맞을 수도 있다.
스팩시장 '큰손'으로 알려져 있는 강승균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스팩의 본질은 합병을 통한 유상증자인데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경우 합병 가능성이 떨어지는 '스팩의 역설'이란 게 있다"며 "발행가가 2000원인 스팩이 오르는 건 합병 기대감 때문인데 만일 상장 초기 오버슈팅하는 스팩이 있다면 이는 따라 사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 주식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