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왕자의 난·효성 조현문의 난' 재조명
[뉴스핌=김연순 기자] 롯데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형제간 갈등이 진실공방으로 격화되며 재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장남(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쿠데타를 시도하다 일일천하에 그쳤지만,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대결이 예고되면서 롯데 형제의 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31일 롯데가(家) 고(故) 신진수씨 제사를 전후해 열린 가족 모임에선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왕자의 난이 집안 싸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국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0년도에는 현대가(家)에서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최근에는 효성그룹에서 조석래 회장 2세들의 분쟁이 뜨거운 감자였다. 경영권 분쟁이라기 보단 재산권 분쟁을 벌인 삼성그룹의 이맹희-이건희 형제 소송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회장(오른쪽)사진=뉴스핌DB> |
이번 롯데 형제의 난이 고령인 창업주(신격호 회장)가 건강이 악화된 것이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 3월 현대가의 '왕자의 난'이 대표적인 닮은꼴 사례로 꼽힌다.
당시 86세였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대선 패배 이후 건강이 나빠졌고, 이 사이 차남 정몽구 회장과 5남 정몽헌 회장은 현대그룹 경영자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내며 반목을 거듭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 측 인사였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경질했고, 정몽헌 회장은 정주영 회장을 찾아가 인사조치를 무효하고, 대신 정몽구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정몽헌 회장이 후계자'라는 정주영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면서 싸움은 끝이 났다.
이를 계기로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으며, 현대그룹 경영권은 5남 정몽헌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현대건설 M&A를 둘러싸고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간 정면충둘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형을 검찰에 고발한 '효성그룹 조현문의 난'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하면서 가족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노틸러스효성 등 3개 계열사 지분을 가진 조 사장과 해당 계열사 대표들이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최소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형제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다툼은 재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영권 분쟁 사례다.
지난 2011년 박찬구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면서 두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됐고,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9월 형 박삼구 회장을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양측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등 형제간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삼성그룹에선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지난 2012년 7100억대 상속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지난해 2월 이맹희 회장이 항소심에서 패하고 상고를 포기해 형제간 다툼은 일단락됐다.
한편 롯데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갈등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표대결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호 지분만으로 표대결을 펼칠 경우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고 형제 간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