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 선임으로 불붙어..반신동빈계 집결 '진흙탕 싸움'
[뉴스핌=함지현 기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형제의 힘겨루기가 롯데가(家) 전체로 번지면서 한치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신동빈 회장에게 힘이 쏠리는듯 하던 롯데가의 승계구도는 신격호 총괄회장 등 일가를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끊임 없는 반격으로 인해 시시각각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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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핌 DB> |
당초 한국은 신동빈 회장, 일본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데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의 롯데호텔이나 일본의 롯데상사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이같은 선임으로 인해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일본 롯데 부회장 자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지난 1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났다는 점에서 이같은 평가는 더욱 힘을 받았다. 롯데 내부에서도 "사건이긴 하지만 둘 중 한명이 한·일 그룹을 총괄해야 한다면 신동빈 회장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큰 무리 없이 흘러가는 듯 하던 승계과정은 지난 27일 큰 변곡점을 맞게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을 시도한 것이다.
올해 초 신동주 전 부회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이 돌아선 데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석고대죄'가 한 몫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10여일에 걸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직무실 겸 거처 문 앞에서 부인과 함께 무릎을 꿇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 돌리기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같은 장남의 행동에 마음을 돌려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장자의 난'으로 불렸던 이 사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한 명 한 명 지목하며 해임을 지시했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표이사 직위 해임은 이사회 결정으로 가능하며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인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신동빈 회장의 제압으로 한 숨 돌리는 듯 했던 두 형제의 승계전은 이후 오히려 더 불타올랐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다른 롯데 일가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위시한 연합의 형태로 반(反) 신동빈 세를 과시하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반 신동빈 일가는 언론을 통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신동주 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에 대한 해임 지시서와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고 돼 있는 임명장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해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언급한 녹취파일도 공개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한 것과 관련해서는 "도덕적으로 이상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반 신동빈 일가는 지난 31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인 고(故) 신진수씨 제사를 위해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 자택에 모인 바 있다. '가족회의'는 없었다고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감안했을 때 모종의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가의 후계구도전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오는 3일 귀국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향후 양측의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