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부양 부작용 봐가며 A주 구제에 속도 조절
[뉴스핌=강소영 기자] 상하이지수가 연이틀 10% 넘게 하락했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 달 초 증시 안정화를 위해 각종 부양대책을 쏟아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정부의 증시 구제 대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 주가 폭락에도 선뜻 못나서는 '국가대표' 속내는
이번 달 초 중국 정부와 각계 기관은 A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증감회(증권감독관리위원회)를 필두로 증권금융공사·보감회(보험감독관리위원회)·중앙후이진과 중앙 국유기업 등이 증시 '국가대표(國家隊)'를 자처하며 안정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2일 주가가 급락하던 상황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 중국석유와 중국은행 등 초대형주를 집중매수 해 주가 급반등을 유도한 것도 '국가대표'의 활약상 중 하나다.
그 결과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5% 넘게 반등하며 단숨에 3700포인트를 회복했고, 7거래일만인 20일 4000포인트 '고지'를 회복했다. 상하이지수는 16일 부터 연속 6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23일 41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27일 8.48%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이며 다시 주저앉았다. 이튿날인 28일에도 상하이지수는 1.68%가 내려가며 증시에는 공황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은 '국가대표'의 개입을 기다리는 눈치지만 이번 폭락장에서는 정부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주가 폭락 전부터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었다. 정부가 증시 안정화 자금을 조만간 회수에 나선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자금 회수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고 적정한 시기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27일 이후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스처'가 나오지 않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정부가 선뜻 '2차 부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IMF(국제통화기금)의 시장개입 자제 권고의 영향, 미국 금리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는 오히려 '1차 부양책'의 문제점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국 경제뉴스 전문 포털 텐센트재경 증권연구원의 객원 전문가 두셴제(杜先傑) 홍콩두커자본투자 대표는 주식매수를 통한 증시 안정화 정책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증권금융공사가 단기간에 너무 많은 주식을 매수했고, 이는 최근 2주 주가가 급등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9~24일까지 A주는 20%가 넘게 올랐고, 이 중 752개 종목의 상승폭은 50%를 넘어섰다. 상하이지수가 4000포인트를 단기간에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또 한 차례의 조정장 도래를 예고하는 경고가 이어졌다. 결국 주가하락 방어와 지수급등의 1등 공신인 국가대표 세력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28일 주가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렸던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또한 두 대표는 증권금융공사가 집중 매수한 상당수 종목의 보유지분이 5%에 임박해 매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주식 투자자의 지분 보유량이 전체 주식의 5%를 넘어서면 대량보유보고(5%룰) 대상으로 지정, 5% 초과보유 공시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 A주 운명 '증권금융공사'의 손에
1차 부양책이 시장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유발하자 중국 증권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증시를 수수방관만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셴제 대표는 만약 '국가대표'가 해산하고 A주를 시장의 힘에만 맡긴다면 시장은 또다시 바닥탐색을 시도하고, 상하이지수는 3500포인트 아래로 밀려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증권금융공사가 다시 시장 부양에 나서고, 3700포인트 선까지는 주가를 지탱한다는 것이 두 대표의 전망이다. 다만 지난번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주가 상승 속도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증시가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 8월 또 한 차례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가 불안정한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두 대표는 "3분기에는 상하이지수가 3500~4000포인트 박스권에서 급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장이 불안정하지만, 의약 교통 산업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개별주의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