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법조계 '경영권 간섭·산재보상 근본 흔들' 지적
[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삼성전자에게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와 법조계에선 "이번 조정위의 권고안이 경영권 간섭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1000억원 규모의 기금 역시 현행 근로기준법 상 산재보상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는 지난 23일 서울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삼성전자가 1000억원, 반도체산업협회가 적정한 규모의 액수를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공개했다.
조정위는 보상금 지급방식과 보상 재원과 관련해 "삼성전자 등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 중 약 70% 상당의 기금을 보상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차로 2015년 12월 31일 현재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때까지의 발병을 이유로 보상을 신청한 사람에 대하여 공익법인이 심사해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또 향후 2016년 1월 1일 이후 발병자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이 연차적으로 보상대상자를 판정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조정위 권고안에선 공익법인이 옴부즈만을 선정하고 그에 의한 종합진단 성격의 감시제도를 두도록 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회사로부터 내부 안전보건관리현황 '등에 관한 정보를 제출받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자료제출 등 요청해 시정권고 의견제시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권고안이 경영권 간섭이라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종합진단 성격의 활동은 기존에도 고용노동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들에 의한 상시적 감시 활동과 같은 것"이라며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단법인의 단체가 사기업에 대해 수시로 근로감독하고 평가하는 동시에, 사용물질을 공개하고 필요시 라인까지 스톱시키는 월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1000억원 기금 보상과 관련해 "1000억이라는 기금 자체의 산정기준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수 없고, 이 같은 금액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발병자들에게 지급할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 상의 산재 보상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산재사고로 중증장애를 앓거나 사망시 보상금을 다하더라도 최대 3억원 안팎인데, 1000억원 보상 금액의 경우 보상대상을 100명 기준으로 할 경우 인당 7억원 이상을 지불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국가가 지정하고 있는 산업재해 보상제도의 원칙과 금액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이상한 권고안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권고안의 시행은 향후 다른 산업과 기업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