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카메라 앞에서만 특별해지면 되죠. 일상에서도 ‘나 전지현이야’ 이러고 다니면 그것만큼 외로워지는 게 어디 있겠어요. 싸울 일 있으면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야지.”
대부분의 톱스타, 특히 여배우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수준급 연기를 펼치기 마련이다. 나쁜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일종의 예의 혹은, 프로의식이라 여기는 편이 맞다. 그런데 ‘암살’ 프로모션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이 배우는 그간 봐왔던 이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기분을 감추는 법이 없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직설적인 화법은 물론이요, 말투와 표정에서도 순간의 감정상태가 고스란히 다 드러난다. 물론 그게 그만의 통통 튀는 매력이겠지만.
배우 전지현(34)이 최동훈 감독과 함께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22일 ‘암살’을 새롭게 선보인 것. 최동훈 감독과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암살 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개봉 전부터 50%를 훌쩍 뛰어넘는 예매율을 자랑한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 무서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고 워낙 훌륭한 배우가 많이 나오니까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했어요. 게다가 ‘도둑들’ 때랑 비슷하니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기대했기 때문에 (흥행도) 예상한 거고요. 물론 그렇다고 기분이 안 좋은 건 당연히 아니고요. 기뻐요.”
극중 전지현이 연기한 인물은 신념의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이다. 뛰어난 사격 실력은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한 인물로 간도참변에서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상관을 총살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던 그는 어느 날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이정재)의 지시를 받고 친일파 암살 작전의 대장으로 투입된다.
“그 시대를 살아본 게 아니니까 인물을 이해하는 것부터 어려운 도전이었죠. 걱정도 됐고요. 그나마 이게 팩트를 기반으로 한 픽션이라 조금씩 형태를 잡아갈 수 있었죠. 시대적 배경은 아무래도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의 역사 선생님이셨죠. 아마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과외 해줬으면 백 점 맞았을 거예요(웃음).”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여자가 주가 되는 영화라 좋았다”는 그의 말처럼 ‘암살’은 전지현이 중심이 돼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자연스레 분량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힘들었을 터. 하지만 그는 “‘도둑들’ 때처럼 내가 나오기는 할까? 그런 불안에는 떨지 않았으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100회 중 80회를 촬영했어요. 80% 나온 거죠. 그러니 감정 연결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또 액션은 워낙 제가 좋아해요. 잘하니까 좋아하겠지만, 일단 몸이 따라주죠. 운동을 매일 해서 몸이 예민한 편이거든요. 물론 다치기도 했죠. 총 장전할 때 살이 끼기도 했고 옛날 신발 신고 촬영하다 발톱이 빠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감독님 믿고 재밌게 촬영했죠.”
이제는 브라운관에서도 충무로에서도 흥행 보증 수표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 전지현도 한때는 흥행 실패 배우로 불렸었다. 흥행 배우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3년 전. 영화 ‘도둑들’(2012, 1290만)을 시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3, 716만)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 최고 시청률 28.1%)가 연달아 흥행하면서부터다.
“최근 몇 년간 기대 이상으로 성적이 좋았죠. 그런 면에서 배우로서 행보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설령 작품이 잘 안되더라도 다음 작품을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물론 잘되면 좋죠. 하지만 언제나 지금 하는 작품은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서 한다는 마음이에요. 데뷔 때나 지금이나 그 작품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아요.“
본인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쨌든 전지현은 앞서 거론한 작품들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그 이유로 ‘결혼’을 꼽는다. 실제 지난 2012년 4월 동갑내기 남편 최준혁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전지현은 그해부터 유독 배우로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긴 해요. 시기적으로 결혼과 동시에 작품 성적이 좋아서 심경 변화가 있었느냐고 많이들 묻더라고요. 물론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거는 맞아요. 하지만 거꾸로 결혼하니까 주위 시선이 부드러워지던데요. 경계심도 사라졌고요. 저란 사람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벽이 없어졌죠. 그런 주위의 시선 변화가 한몫하지 않았나 해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거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은 그는 “전 배우로 산 삶이 더 오래됐다”고 말했다. 물론 어렸을 때야 그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다시 평범한 삶을 살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도망가지 말고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배우 전지현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인 그는 그저 건강한 생각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쨌든 지금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일은 연기밖에 없고 배우 전지현으로서 살아갈 날들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살려면 연기를 잘해야 하고 연기를 잘하려면 개인적으로 잘 살아야 하죠. 어떤 배우는 본인을 외롭게 해서 하는 연기가 진짜라는데 전 근심, 걱정이 없어야지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장황하게 어떻게 살겠다기보다 그냥 잘 먹고 잘살고 싶다는 게 요즘 가장 큰 화두고 궁극적 삶의 목표죠. 동시에 좋은 연기를 하는 길이고요.”
“자연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정재, 웃겨서 눈물 나는 하정우”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