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한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 독신주의가 확산되면서 결혼관이 변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관심있게 보도했다.
한국 성인남녀 중 미혼의 비중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싱글족의 비율은 두 배로 증가해 지금은 전체 가정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학위를 가진 여성 중에서도 싱글인 경우가 3분의 1을 웃돈다.
25일자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국에서 결혼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첫째로 결혼을 하려면 주택마련을 비롯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지난 1980년대 남아선호 사상으로 남성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수가 적어서 결혼할 상대가 없는 남성이 7명 중 1명 꼴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 여성들이 전통적인 아내 역할을 거부하고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혼' 대신 '비혼'이라는 단어의 사용도 늘어나고 있고, 평생 독신으로 살 것임을 기념하는 '비혼식'도 일부 거행되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일반 결혼식 때의 '스-드-메'처럼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담당할 스타일리스트도 풀 패키지로 준비된다. 사진촬영을 같이 하는 친지들 역시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40대 후반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나중에 남편을 만나게 되면 사진에 남편도 포함시키길 원하지만, 대다수는 솔로로 사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사진을 남긴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비혼식' 아이디어가 처음 생긴 일본에서는 남편 역할을 대신해주는 남성 모델도 있지만, 이를 요청한 여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씨는 '비혼식'에 쉽게 수긍하는 남성들이 많지는 않으며, 일부는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비혼식을 여성들의 '결혼 파업(marriage strike)'이라 부르면서 "이기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여성들이 육아와 살림, 시부모 봉양 등 옛날부터 아내들이 맡아온 역할을 그대로 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좀더 신세대 남성들이 모이는 동호회 카페에서도 '페미니스트' 개념을 조소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한국에서는 동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강한 편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다. 영국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동거인 부부가 전체 가계의 10%, 스웨덴은 19%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채 0.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한 명만 두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아예 결혼 대신 싱글 생활을 선택하는 여성도 적지 않은 추세다. 한국이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높은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권김현영 성공회대학 외래교수는 "정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을 장려하고 있으나,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960년대 아내의 역할을 요구하는 인식이 남아있는 한 싱글로 남길 선택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