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점주주 매각 방식 병행 도입...시장 "회의적"
[뉴스핌=노희준 기자]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 결국 '현실론'을 택했다. 사실상 경영권 매각의 프리미엄(웃돈)을 포기하고 일부 주주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구체적인 매각 일정도 내놓지 못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
이에 따라 정부는 예보 보유의 우리은행 지분 48.07% 중 30~40%를 우선 과점주주나 경영권지분 방식으로 팔고 이후 최대 18.07%의 잔여지분 매각에 나선다. 이번 매각에서 예보가 지난해 소수지분 매각에서 투자자에게 부여한 콜옵션 행사에 대비한 지분(2.97%)은 제외됐다.
과점주주 매각은 매각물량에 이르기까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자당 매입 가능 물량은 기존 보유지분을 포함해 4~10%로 정해졌다.
정부는 이번에도 경영권 지분 매각 방안을 완전 폐기하지 않았다. 경영권을 원하는 이가 나타나면 통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해당 물량은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최소지분 규모인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박 위원장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 도입에 대해 "그동안 수요점검 결과 경영권지분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고, 과점주주가 되고자 하는 수요는 일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자율성 제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예보와의 이행약정(MOU) 관리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박 위원장은 "수요조사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정부가 계속해 경영에 관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날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내놓지 못했다. "시장 수요 조사 결과 현재 확인된 투자수요만으로 당장 매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매각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현재 우리은행 주가가 너무 낮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가가 너무 낮으면 매각 시점 자제를 잡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3500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나, 우리은행 주가는 20일 893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안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경영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은행 주식에 평균적으로 3000억원이나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실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시가총액은 6조원 가량(발행주식수*전일 종가)이다. 4~10%의 지분취득을 하려면 2400억원에서 6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앞의 애널리스트는 또, "과점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도 멀고 우리은행의 주인을 찾아줘 경영의 효율화를 이뤄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금융시장 발전 관점에서도 의미가 없다"며 "민영화 3대 원칙에도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은 "우리은행 주가가 괜히 저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며 "기업금융을 주로 하고 구조조정에 동원해 할 우리은행을 정부가 100% 놓아주겠느냐는 의구심이 다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5배 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