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내년초까지 950~1000원대 등락...위안화, 장기 강세전망 도전받아"
[편집자] 이 기사는 지난 7월 17일 오전 10시 5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편집자]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 해외주식펀드 도입을 예고했다. 특히 이번에 도입되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는 환차익도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자산관리에서 '통화 배분'이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통화 다변화 전략을 꾀하기 위해서는 환율 방향에 대한 예측이 필수다. 20년 넘게 외환시장을 분석한 NH농협선물 이진우 센터장을 만나 하반기 환율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하반기 외환시장은 방향성 장보다는 변동성 장이 될 것입니다. 드라기 총재가 언급했던 '변동성에 익숙해져라'라는 명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시장에 유효할 것으로 봅니다."
19일 이진우 NH농협선물 센터장은 올해 하반기 환시의 화두를 변동성이라고 강조했다. 달러 강세, 유로화·엔화 약세의 구도는 여전히 지속되겠지만, 여러가지 재료들이 상충되며 현재 수준보다 과도한 강세나 약세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 시장은 변동성을 키우며 참여자들의 불안도 커져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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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NH농협선물 센터장 <이형석 사진기자> |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은 달러 매수, 엔화·유로화 매도 포지션이 과도한 국면이며, 미·일·EU 중앙은행이 현재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환율 레벨을) 지금 수준에서 놀게끔 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중앙은행에 저항할만한 결집력이나 힘이 없으니 주춤하는 상황에서 다들 조심스럽다"며 "하반기는 방향성 장보다는 변동성 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 상반기 '나홀로 강세'를 나타냈던 원화의 상대적인 고평가는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나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원화는 아직도 강세 재료가 우위에 있지만, 엔화 대비 원화 강세를 견제하는 통화당국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
이 센터장은 "수급으로만 덤비면 지금의 원화 환율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환율은 주가나 금리보다도 정책적 변수, 정치적 의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4년동안 원화가 거의 모든 통화대비 강세를 보였고, 일본이나 유로존이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자국 통화를 약세로 몰아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원화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수출업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엔/원 환율도 '턴어라운드'하며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이 제시한 하반기 엔/원 환율 등락 범위는 현재보다 높은 950~1000원 수준이다.
한편, 중국 증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위안화 환율에 대해서는 장기 강세 컨센서스를 다시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중국 증시급락의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대응 방식을 보면서 중국의 한계를 실감했다"며 "주가가 내리니 주식을 팔수도 없고, 레버리지 규제도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등 조심스럽지 못한 정책 대응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정책 대응을 보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아직도 요원해보이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약세)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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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NH농협선물 센터장 <이형석 사진기자> |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 하반기 환시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현재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달러 강세다. 현재 통화정책 다변화로 인해 가장 로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문제가 해결되든 아니든 유로화는 약세로 갈 것이 뻔하다. 달러 인덱스에서 유로비중이 높으니 상대적으로 달러는 강세로 간다. 그리스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유동성이 필요할 것이고, 그렉시트로 간다해도 유로존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유로화는 약세가 될 것이다. 다만 수급상으로 보면 시장전체적으로 달러 매수 포지션이 너무 과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버거운 모습이다.
▲ 최근 달러/원 환율이 2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 동향은 어떻게 보나?
-경상수지흑자나 외환보유액, 외국인들의 원화채권·직접투자 등을 보면 당연히 달러공급 우위 논리로 원화가 강세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율은 금리나 주가보다도 정책적 변수나 정치적 의지에 더 좌우되는 가격이다. 이제까지는 일본이나 유로가 자국통화를 약세로 몰아오는 과정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제는 외환 수급적인 논리로 원화 강세보다는 어느 정도 여타 통화들과 균형을 맞춰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조금씩 상향 테스트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금융위기때 같은 달러/원 환율의 급등은 없다고 본다. 그때에 비해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체질이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 여타 국가들에 비해 달러/원 환율은 국내 통화정책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실증적으로 우리 환율이 금리 민감도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위안화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최근 그렇게 금리를 수차례 내렸는데 이론대로라면 위안화가 약세로 가야 맞는거다. 통화정책이 환율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해당 통화가 준 기축통화로 어느정도 국제화가돼야한다. 국제시장에서 원화는 아직까지도 달러화와 거래만 가능한 정도의 위상이라, 금리에 따라 환율이 이론대로 간다는 건 어렵다.
▲ 수출업체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엔/원 환율 동향은?
- 올해 연말과 내년초까지 엔/원 환율은 950~1000원 사이 등락을 예상한다. 현재 레벨에서는 엔/원 환율이 950원대를 회복해 1000원대까지 회복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
현재 상황은 달러 강세 논리가 살아있으니 달러/원 하단이 단단해졌고, 중국 주식 시장이 흔들하면 엔화는 더 강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엔/원도 위쪽으로 방향을 틀수밖에 없다. 최근 시장에서는 엔/원 숏(엔화매도, 원화 매수)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다만, 글로벌 증시 상황에 따라 두 가지로 가정해볼 순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기술적으로 무거운 상태이고 과매수 구간이다. 상식적으로 지금 수준에서 하반기까지 조정이 이뤄지거나 횡보장세가 나타나면 엔화가 강해지면서 엔/원은 1000원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동성의 힘으로 글로벌 증시가 마지막 폭발적인 랠리를 나타낼 수도 있다. '뉴노멀'을 표방하면서 전고점을 열어버린다면, 달러/엔은 130엔 수준으로 올라갈 것. 그렇다면 엔/원은 다시 890~900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우리나라 수출 부진으로 통화당국의 해외활성화 정책이 다양해졌다. 국내에 공급 과잉인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야한다는 논리 같은데, 하반기에 미국 금리인상이 되면 오히려 이같은 정책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미국 금리인상=달러강세'로 즉각 연결될 것인가는 가봐야 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선반영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며 오히려 약세로 돌아선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도 원화의 상대적 강세에 대해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대책을 모색했고 해외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이해는 된다.
국내 시장투자가 재미가 없으니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수밖에 없다. 다만, 해외투자가 전반적인 붐(Boom)처럼 일어나는건 위험성이 따른다. 과거에도 2006~2007년에 중국투자 열풍이 불기전에 중국시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재미를 봤다. 하지만 뒤늦게 유행처럼 쫓아간 사람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 중국 증시급락으로 온 세계의 관심이 중국으로 쏠렸다. 위안화 방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는 가능할까?
-위안화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장기 강세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중국 증시급락의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대응 방식을 보면서 중국의 한계를 실감했다. 주가가 내리니 주식을 팔수도 없고, 레버리지 규제도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등 조심스럽지 못한 정책 대응을 했다고 본다.
이런식으로 밖에 중국이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여전히 중국은 금융 후진국이고, 위안화의 국제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오히려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한다. 그림자금융, 신용대출 등등 중국은 투명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위안화가 강세로 갈 수 있겠나. 항상 환율을 예측할 때 시장의 컨센서스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