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 [사진=AP/뉴시스] |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이랜드 메도우스CC(파71·651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투어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한 최운정(25·볼빅)은 “이제 아빠가 제 플레이를 마음 좀 편하게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그는 LPGA 2부 투어 한 시즌 만에 퀄리파잉(Q)스쿨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2009시즌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어렵게 진출한 LPGA 투어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데뷔 이후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오프 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데뷔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은 시즌 최종전이었던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20위였다.
이후에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는 2012년 6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준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톱10에 4차례나 드는 등 무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2013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2014년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했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LPGA투어에서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난 '독종'이다. 자신을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동계훈련 때는 아침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두 손으로 다리를 들어야 할 정도로 혹독하게 땀을 흘렸다.
그는 스스로도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코치가 좋다"며 "힘들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몸의 변화를 확인하는 게 재밌다"고 할 만큼 승부근성은 타고났다. 지난해 LPGA투어 31개 대회 중 1개 대회(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 출전한 것도 성실함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는 골프클럽만 내려놓으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붙임성이 좋고 남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으로 동료들에게 인기가 좋다. 절친한 친구 이미림 등 한국 선수들을 비롯해 제시카 코르다(미국), 우에하라 아야코(일본),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지난해에는 LPGA투어 선수들이 선정하는 모범상인 ‘윌리암 앤 마우지 파웰(William and Mousie Powell)’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 최지연(56)씨는 2007년 그가 LPGA 2부 투어에 진출하면서 경찰을 그만두고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백을 멨다.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8년째 딸의 골프백을 메고 있다.
“딸이 우승하는 날이 캐디를 그만 두는 날”이라는 게 최씨의 다짐이었지만 지난해 11월 미즈노 클래식을 앞두고 "딸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7년간 메던 골프백을 처음 전문 캐디에게 넘겼다.
하지만 딸의 성화로 한 달 뒤에 열린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2라운드에서 다시 딸의 캐디가 됐다. 그는 "오랜 꿈이었던 한일전 대표가 되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했다. 그래서 한일전 1라운드 종료 후 다시 아빠에게 캐디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빠와 호흡을 맞출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제 꿈은 아빠와 첫 승을 하는 거에요. 제가 빨리 우승해서 아빠를 쉬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었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