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공격 계속될 것..헤지펀드, 적대적 M&A 경영권 방어 제도 마련돼야"
[뉴스핌= 김기락 기자ㆍ김신정 기자] 임시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결되자, 재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오랜 싸움 끝에 일궈낸 승리인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삼성물산이 경영권 방어를 잘 해, 향후 같은 일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이번 합병에서 소액주주까지 끌어들인 점은 엘리엇이란 복병을 만나 상당히 급했다는 방증"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보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처럼 확고한 경영 철학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뒤늦게 나마 경영권 방어가 잘돼서 다행이라며 향후에도 경영권 방어를 보완해서 안정적인 상황에서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가결이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끝난게 아니라고 우려했다. 삼성의 단순 승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엘리엇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게 끝인지 시작인지 잘 모르겠다"며 "엘리엇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또 한번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과거 이길 수 없는 소송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관련 가처분 소송을 걸었던 전례를 보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엘리엇이 극단적으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배임죄로 소송을 걸거나 국제 소송까지 염두해 뒀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 팀장은 "엘리엇이 임시주총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나 배임죄 명목으로 소송을 걸수도 있다"며 "합병후에도 엘리엇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새롭게 출범하는 삼성물산 경영권에 자꾸 개입하려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의 공격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일단 엘리엇이 유리한 쪽으로 시장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 판을 키워놓고, 엘리엇이 최대한 유리할 때, 거액을 챙겨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고 떠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재계 내에선 헤지펀드 등에 대한 경영권 방어와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국내에 기업 대주주 경영권에 대한 견제 장치는 있지만, 해지펀드 및 적대적 M&A 등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서 "삼성과 엘리엇 사태와 같은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ㆍ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