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찬성·반대 주주 의견, 모두 겸허히 수용"
[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앞도적으로 누르고 결국 합병에 성공했다. 지난달 4일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공시 선언 이후 44일만의 승리다.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 1호 의안인 합병계약 승인의 건이 69.53%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삼성으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삼성 측은 엘리엇 측의 기습 공격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그룹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으로 부재중인 탓에 삼성 지도부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삼성은 특유의 결집력과 신속한 판단력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주주명부 폐쇄 직전 KCC에 자사주 5.76%를 전량 매각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한편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전방위로 만남을 가지고 합병의 당위성과 미래 시너지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홍콩과 싱가폴 등을 수차례 드나들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글로벌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인 ISS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 것에서 드러나듯이 한국 기업에 대한 외부의 차가운 시선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 국내에서도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인이 이번 삼성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포탈사이트에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엘리엇에 의결권을 위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은 안팎으로 어려운 싸움을 겪으면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직원들이 일치단결해, 소액투자자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서면서 판세가 조금씩 삼성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24%의 소액주주 중 이미 반대로 기운 일성신약(2%)을 제외하면 남는 지분은 22%. 삼성 입장에서는 외국계 설득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액투자자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적으로 삼성물산 개인투자자들을 찾아 나섰고 나중에는 오로지 주주명부의 주소지 하나만을 갖고 집과 직장으로 주주들을 찾아 나섰다.
합병비율에 반대하는 주주의 집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포기하지 않고 주주의 문을 두드려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용단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1%의 지분을 확보해 일찌감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은 각종 비판을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을 결정했다.
이 사건으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긴급 개최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참석, 독자 결정의 이유를 장시간에 걸쳐 설명해야 하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성원에 감사드리고 찬성하신 주주, 반대하신 주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