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국악문화진흥회 '군락'공연 |
[뉴스핌=대중문화부] 가야금 선율이 흘렀다. 고요가 깨졌다. 목젖이 흔들리며 침이 꿀꺽 넘어갔다. 마른하늘이 쩍 갈라지며 낙궁장단이 떨어졌다. 심장이 목젖 밖으로 커∼억 튀어 나왔다. 태평소 소리가 허공을 꽉 메웠다. 사이다 거품 같은 흥이 뽀글뽀글 세포 밖으로 삐져나왔다. 청춘 이야기가 소리로 메겨져 나왔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사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참 군인의 참 멋인 군 풍류(軍 風流)가 그곳에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제1보병사단 11연대 3대대에서 열린 국방국악문화진흥회의 군락(軍樂) 공연장 모습이다. 이 공연은 국방부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주최 및 후원을 받아 협력 시행하는 문화사업이다.
공연 시작 전 많은 장병들이 '무슨 아줌마부대 국악 공연이야?'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소속 전통예술단 '군락'(軍樂)이 무대에 오르자 단박에 흥미진진 분위기로 반전됐다.
예술의 첫째 조건은 인물치레다. 무대 위에 오른 여성 국악인 모두가 장병 또래인데다,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등을 졸업한 '끼'와 '지'를 갖춘 이 시대 최고라 할 수 있는 미인 예능인들이었기 때문에 반전된 것이다.
게다가 공연 내용도 기존의 전통예술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전통을 전통방식으로 깬 공연이었다.
국악하면 늙음, 과거, 느림, 지루함, 박물관용 음악 등 생활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국방국악문화진흥회의 군락 공연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선, 공연을 관통하는 '면회'라는 주제와 '만남'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장병들의 속을 훤하게 꿰뚫어 보고 만든 공연이라는 얘기다.
가야금 산조를 면회가(歌)로 창작하여 관련 동영상과 함께 연주한 것이 그렇고, 공연장에 참석한 병사의 어머니 또는 연인의 음원을 따 중간에 '카톡' 동영상으로 보여준 것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 동생 군대가(歌)'라는 판소리 대중가요를 창작하여 들려줌으로써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연 말미에는 대대장을 중심으로 전 장병이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에 맞춰 춤판을 벌렸다. 국악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도록 공연 내용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공연 내용을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흐름에 맞게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또한 마당에서 모두 함께 하는 춤판을 벌임으로써 말 그대로 '지휘관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국악공연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국방국악문화진흥회 '군락'공연 |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통 및 민족문화'라는 헌법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설립을 허가한 사단법인이다. 국방부로부터 2015년 강원권역 대대급 전문민간강사 초빙교육 기관으로 선정돼 장병 국가관 확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공군본부로부터 격오지 부대 순회 집중 정신교육을 위탁받아 '소설 국제시장' 작가와 함께 '북 콘서트'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행자부로부터 후원 받아 육군훈련소, 육군부사관학교, 국직부대, 전방 야전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모노 콘서트 형태의 문화예술을 융합한 정신교육을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대중문화부 (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