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까지 충격파, 유가-상품도 불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에 공포감이 돌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으로 달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시장 원리를 벗어난 전례 없는 정부 대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주가 하락에 따른 파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채권시장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주가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유가가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중국 주식, 가격은 있으나 가치는 없다
6조5000억달러 규모의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과격한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비판이 적지 않은 데다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증시 부양책으로 인해 기업 내재가치와 적정 주가 평가가 난항이라는 얘기다.
침통한 중국 주식 브로커들[출처=블룸버그통신] |
통화완화 정책과 유동성 공급에 이어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책이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정책과 시장의 실패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해외 투자자들이 말 그대로 ‘엑소더스’를 연출하면서 주가는 가파르게 내리 꽂혔다.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주가가 크게 왜곡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보콤 인터내셔널 홀딩의 하오 홍 전략가는 “정부가 게임 판을 벌이듯이 시장 원칙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주가가 크게 왜곡됐다”고 말했다.
카부닷컴 증권의 야마다 쓰토무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는 한 마디로 가짜”라며 “거래 중단이 풀리는 즉시 걷잡을 수 없는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토니 추 머니매니저는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폐단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하이 및 선전 증시의 왜곡은 홍콩 증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투자자들이 손실 헤지 차원에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을 적극 매도하고 나섰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주가 간극이 2009년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레버리지에 의존한 주가 상승이 영속적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으로 막아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증시의 마진 트레이드는 최근 1년 사이 5배 급증하며 150%에 이르는 상하이 종합지수 랠리를 주도했다. 마진 트레이더들은 12거래일 연속 포지션을 축소,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 유동성 경색 우려, 회사채 시장까지 삼켰다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 조짐은 회사채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앞다퉈 ‘팔자’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증시 안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역량을 둘러싸고 불신이 번지고 있고, 이는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매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5.9% 급락한 8일 1년 만기 중국 국채 수익률이 30bp 치솟으며 2.32%까지 올랐다. 증권사와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선 결과다.
상하이에서 영업 중인 한 유럽계 은행의 트레이더는 “단시일 안에 금융시장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중국인민은행이 은행간 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피에르 트레쿠트 신용 헤드는 “채권시장에 패닉 매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며 “계속되는 주가 하락이 채권시장을 강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 유가 ‘요주의’ 동반 급락 온다
중국 주가의 하강 기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동반 급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의 시장 통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꺾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매도 심리를 자극할 수 있고,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 역시 후퇴할 것이라는 얘기다.
HIS의 댄 여진 부회장은 “중국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라며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이 단시일 안에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국제 유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중국이 2003~2013년 사이 원유 수요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고, 금융시장 혼란은 곧 유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국제 유가는 1% 이상 하락하며 5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