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상향 긍정적" VS "파격내용 없었다"
[뉴스핌=김연순 김선엽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삼성이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주주친화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연금(10.15%)·블랙록(3.1%)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사장단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합병법인의 비전, 사업별 시너지와 성장전략 및 합병법인의 주주친화 추진방향을 설명했다.
합병을 앞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내달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꺼낸 카드는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 제고와 주주 권익보호 강화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날 IR에서 "합병법인은 30% 수준의 배당 성향을 지향한다"면서 "회사 투자기회, 사업성과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배당을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사회 독립운영 강화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해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 합병 등 주주의 권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며 "위원 중 1인을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계열사 내 거버넌스위원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에 합병법인은 글로벌 선진사의 배당·자사주 정책 등 주주 환원정책 사례와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연구해 회사에 도입하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강화 방안을 수립해 시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다음달 17일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합병법인의 비전, 사업별 시너지와 성장전략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요구하는 합병 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일종의 선물을 던진 셈이다.
삼성 합병 성공여부의 핵심 키(Key)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최근 "합병법인이 주주가치를 올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합병법인의 시너지 효과와 합병 후 주주우대책 등을 검토해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민연금은 내달 10일 경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 찬반을 내부에서 결정할 지, SK와 SK C&C 경우처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로 넘길 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삼았기 때문에 삼성은 주주가치 제고 등에 대해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이날 삼성의 주주가치 제고을 위한 주주친화정책 카드가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파괴력이 있었는 가에 대해선 이날 IR에 참석한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가치 증대 방안으로 배당성향을 올리겠다는 것은 매우 좋은 시그널이었고 전반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주주들에 대한) 합병 후 여러가지 시너지 창출방안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이번 대책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이 기대했던 만큼 파격적인 내용은 아니었고 기존에 대체로 있었던 내용을 재차 강조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백 애널리스트는 이어 "이번 IR에서 핵심되는 것은 합병비율 조정이나 합병무산시 재추진 없다는 것이 가장 주된 내용"이라면 "합병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회 직후 기자와 만난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주주들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김신 삼성물산 사장 역시 "우리가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김선엽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