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BOJ 총재 구두개입…통화부양책 확대 어려울 듯
[뉴스핌=노종빈 기자]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비 단기 급등세를 보이면서, 당장은 엔화 추가 약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고 있다.
11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27분 현재 달러/엔은 123.10엔에 호가되고 있다. 전날 뉴욕시장보다 0.3% 이상 반등한 것이다.
전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엔화가 추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 구로다 총재 "엔화, 추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구로다 BOJ 총재는 10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 엔화가치는 매우 낮다"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외환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성의 차이를 의식하는 것 같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린다고 계속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월에도 단기적인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통화 부양책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사토 다케히로 BOJ 정책위원도 외환시장은 경제의 실제 현황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고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면 대외수지가 위축되고 수입원가 부담이 커져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
브라이언 데인저필드 RBS증권 통화전략가는 "일본은행은 엔화를 추가적으로 약화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완화 정책 기대감도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달러/엔, 단기 120~124엔 움직일 듯… 장기로는 상승 추세
제인 폴리 라보뱅크 수석통화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20엔~124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가 부인했던 달러화 강세 문제 발언과 일맥상통한 발언"이라며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은 120엔~124엔에서 움직일 전망이며 125엔 선에서 저항대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 전략가는 "구로다 총재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미뤄볼 때 BOJ는 일본경제에 통화부양책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경제의 느린 개혁 속도를 감안하면 일본경제가 통화정책의 지원이 없이 제대로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엔화 강세는 점차 뚜렷해질 전망이며 BOJ는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차트 분석 상으로 엔화 약세 제동에 따른 엔/달러 환율의 하락은 단기 흐름에 그칠 전망이다.
달러/엔은 122.44엔까지 밀리며 눈에 띠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121.80엔~122.0엔 선에서 지지선이 구축돼 있다.
가장 가까운 저항선은 123.50엔 수준으로 단기 반등이 123.50엔 대를 강하게 돌파할 경우에는 124.0엔을 다시 테스트할 전망이다.
일본 엔화는 지난 5일 공개된 발표된 미국의 고용보고서 호조로 인해 13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뒤 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자산관리 외환전략 담당은 "시장 개입 발언으로 달러 강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며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