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의서 강달러 논의됐을 가능성 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구로다 쇼크'가 발생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그 진의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미 일본의 전·현직 외환당국 인사들이 잇달아 엔화 약세를 인정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던 차에 나온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결정타'가 됐다.
지난주 유타카 하라다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위원에 이어 이토 타카토시 전 일본 재무성 차관보, 최근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엔화 가치가 충분히 하락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구로다 총재는 10일 의회에서 엔화 실질실효환율 가치가 이미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떨어져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unlikely)고 말했다. 총재 발언 직후 달러/엔은 122엔 대로 급락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수석 외환 전략담당자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로다 총재가 환율 방향에 대해 이 정도로 확실하게 말한 것은 처음"이라며 "시장의 놀람도 그만큼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해석이 다소 왜곡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전날 오후 늦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로다 총재가 "내 발언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발언의 취지가 다소 왜곡돼 전달됐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로다표 바주카포의 제3탄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구두개입, 정책공조인지 여부는 해석하기 나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구로다 총재 발언을 시장 개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환율 개입은 재무부 소관이기 때문에 일본은행 총재가 의도적으로 환율 변동을 유도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다만 엔화 가치가 적정 수준에 와 있다는 분석을 언급한 측면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도 "구로다 총재가 구두 개입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실질 실효환율을 학문적 관점에서 언급한 것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연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에 대해 주요국 정상들이 논의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종의 약속이 맺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안 거너 알타나 하드 통화펀드 매니저는 "이번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일종의 팀플레이(team play)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로다는 실질 실효환율을 계속 주시해 왔고 엔화 가치가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구로다 총재가 '내 발언이 가져올 효과를 예상치 못했다'고 한 것이 시장에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BMO 캐피탈마켓의 스테판 갈로 유럽 외환정책 담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올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달러 강세의 속도 조절에 대해 여러 대화가 오고 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추후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일 상황에 대비해 시장에 예행연습을 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 예행연습은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