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해외 주요국 금융사기 피해실태·대응조치 조사
[뉴스핌=윤지혜 기자] #금융사기범 A는 전화번호부, 졸업생 명부 등을 바탕으로 B의 정보를 습득해 자녀 또는 친척인 척 가장했다. A는 B의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었으니 등록하라"고 말하고 사기범 조직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이후 “지하철에서 회사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 "회사돈을 사용해버렸다”, “감사에 걸려 해고당했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 뒤 “집까지 받으러 갈테니 돈을 준비해 달라. 동료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사기범 조직원은 B의 가족으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아왔다.
이 같은 사례는 일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 인한 국민피해가 많아 해외 주요국의 금융사기 피해실태를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일본과 중국의 피해유형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관(전화국, 수사기관, 국세청 등)이나 친·인척 등 지인을 사칭하여 금융범죄 연루, 자녀납치, 교통사고 합의금 등을 명목으로 돈을 이체시켜 편취하는 사기수법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대포통장 단속, ATM 인출한도 하향 등 대응조치가 강화되면서 현금수취형(방문형) 피해사례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계좌정보가 노출되어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현금을 직접 찾아오도록 하는 현금 편취가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등을 거점으로 하는 범죄조직이 한자문화권인 한·중·일 등을 보이스피싱 대상지역으로 삼고 있을 가능성 높다며 3국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적극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등은 계좌개설 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자금이체 소요시간도 실시간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등 안전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과 홍콩은 계좌에 일정금액 이상 잔액을 유지하지 않으면 ‘계좌유지 수수료’가 부과되기도 하고, 영국은 계좌개설을 위해 사전 인터뷰 예약을 해야하고 인터뷰까지 평균 1주일 대기(영국)하는 등 관련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신속·편리함 중심으로 금융거래환경이 형성·발전했고 국민들이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어 금융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측면이 있다"면서 "신속·편리함과 금융안전 간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