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들 방문 꺼려…견본주택 방문객도 줄어
[뉴스핌=김승현 기자]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 모씨(27)는 주말을 이용해 새로 살 원룸을 구하기 위해 직장이 가까운 서울 영등포구 주변 부동산을 방문했다가 곧 발길을 돌렸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집을 실제로 구경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는 메르스 확산에 걱정이 많은 몇몇 원룸 주인들로부터 당분간 손님 방문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알려줬다. 부모님과 살고 있어 당장 살집이 다급하지 않은 이 모씨는 본인도 꺼림칙한 마음에 메르스 공포가 잦아들면 집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며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메르스로 인한 내수 부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7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메르스가 확산되자 부동산 거래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방을 구경하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를 만나야하는 집 주인들이 수요자의 방문을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견본주택 방문객도 줄었다.
영등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은 구매 결정전 꼭 방문해서 본인의 눈으로 집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메르스 감염 공포에 집 밖조차 잘 나서지 않으려는 집 주인들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들이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사도 “메르스 공포가 커지며 확실히 사무실 방문객이 줄고 전화 문의가 늘었다”며 “솔직히 중개사인 나도 마스크를 쓰고 상담하고 싶은데 손님이나 집 주인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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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사진기자> |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개관한 경기도 지역 견본주택에는 방문객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안양시에 있는 '안양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견본주택에는 금·토·일 사흘간 1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견본주택을 다녀갔다. 군포시에 있는 '산본역 센트로 601' 오피스텔 견본주택에도 같은 기간 1만여명이 방문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살아나며 신규 분양단지 견본주택에는 금·토·일 주말 3일간 3만~4만명이 방문하는 곳이 흔했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30~40대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 방문객들도 메르스 전파를 우려한 듯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분양 관계자는 "당초 이번 주말 방문객이 2만명에서 최대 3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예상보다 방문객 수가 적었다"며 “방문객 수는 줄었지만 구매 의사가 있는 분들은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르스를 이유로 견본주택 개관을 연기한 단지도 있다 지난 4일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던 인천 서구 가정지구 ‘대성베르힐’은 메르스 여파로 개관을 연기했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에 대비해 견본주택에 손 소독기, 마스크 등을 준비했지만 확실히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방문객 뿐 아니라 안내원과 상담사 등에 대한 예방 조치도 취해야 해 여러모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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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