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모레 대신 엔저 시세이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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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에라 기자] "일본 시세이도, 2~3년 전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보는 것 같다"
뉴스핌 DB / 이형석 기자 |
'국내 가치투자 고수' 허남권(사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4월 일본 동경에 위치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에 기업 탐방차 다녀왔다.
허 부사장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시세이도를 운용중인 아시아마라톤밸류펀드에 담기 시작했다. 과거 몇년간 실적 부진을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이례적인 기업설명회(IR) 담당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엔화 약세로 중국관광객들의 일본 방문이 급증하는 등 중국수혜 기대감도 컸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시세이도를 매수하는 동시에 국내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을 매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일 전거래일 대비 4.08% 하락한 38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80만원에 거래되던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액면분할(500원) 이후 44만9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40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19일 이후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하락세다.
반면 시세이도는 주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시세이도는 이날 2.62% 상승마감했다. 연초 이후로도 52% 가까이 급등했다.
시세이도는 글로벌 10위권안에 속하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다. 글로벌 사업 비중은 50%를 웃돌고, 일본 내 사업 비중이 46%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 스킨케어 시장 점유율은 프랑스 로레알에 이어 2위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0위 수준이다.
시세이도는 세계 10위권의 화장품 브랜드지만, 시가총액은 81억달러(약 8조9910억 원)로 215억달러(23조8650억원)의 아모레퍼시픽의 3분의1 수준이다. 시세이도의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배율(PBR)은 각각 30.00배, 2.65배인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50.00배, 9.00배 정도이다.
사실 중국인 수혜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시세이도는 몇년간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시세이도는 2004년 이후 2013년까지 일본 매출이 매년 3%씩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씩 줄었다. 해외를 합산한 매출액은 2013년까지 10년간 연평균 9.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007년부터 6년간 평균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이도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을 중저가 브랜드로 꼽았다. 박신애 대신증권 화장품 담당 연구원은 "시세이도가 상대적으로 중가(Mid-priced)제품 라인업을 많이 갖췄는데, 이 부분에 대한 포지셔닝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화장품 시장에서는 아예 비싸거나 실속형 상품을 구매하는 양극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시세이도가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엔저에 따른 수혜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봤을 때 시세이도의 상대적 매력도가 더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백찬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아모레퍼시픽보다 시세이도가 더 높다"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다보니 수출이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은 성장률이 좋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시세이도가 더 싼 주식"이라며 "시세이도는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해외주식팀장은 "향후 달러가 강세로 가면서, 엔화 약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이나 일본 화장품을 선호한데 따른 수혜 기대감 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와 유선 거래를 통해 시세이도(4911)를 매매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