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경제침체에 증시·경제지표 탈동조화 뚜렷
[뉴스핌=배효진 기자] 루블화와 유가 반등에 힘입어 최근 러시아 증시가 연초 대비 30%를 웃도는 상승세를 펼치고 있지만 러시아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는 시들하다.
러시아 거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러시아 증시를 추종하는 ETF의 9% 가량이 숏셀링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 이후 나타난 평균치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숏셀링이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후 높은 가격에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낮은 가격에 되사 증권사에 빌린 것을 갚는 방식이다.
루블화와 유가가 가파르게 반등했지만 최근 러시아 경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러시아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들었다. 러시아 GDP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1분기 소비자 신뢰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향후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리야 발라키예프 UFS파이낸스인베스트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증시 랠리는 매우 취약하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경제지표와 탈동조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마킷과 블룸버그 조사에서 마켓 벡터스 러시아 ETF(Market Vectors Russia ETF, 티커코드: RSX)에 대한 숏인터레스트는 9.4%로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숏셀링의 미결제 잔고인 숏인터레스트가 늘어났다는 것은 시장에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 49% 추락했던 RSX가 올 들어 40% 가까이 반등한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휴전 협상이 타결된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러시아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1일 독일 연방 의회 연설에서 다음달 독일 엘마우성에서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배제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G7은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 등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를 확실히 할 때까지 G8에 복귀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위퍼 매크로어드바이저리 선임 파트너는 "시장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상당히 지쳐 있다"며 "다음달 말까지 진전된 상황이 보이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점차 악화되는 경제 흐름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