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전략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은 규제개혁"
[뉴스핌=함지현 기자]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고자 추진한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0.3% 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0.6%(연율 2.4%) 성장했다. 고용 개선과 임금 인상 등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투자도 늘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일본이 덩어리 규제를 빠르고 과감하게 개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통상적 규제개혁과 지역·기업의 맞춤형 규제개혁을 배합한 '전략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일본 성장전략 주요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통상적인 규제개혁, 지역단위의 규제개혁(국가전략특구 활용), 기업단위의 규제개혁(기업실증특례제도) 세 방향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적인 규제개혁이 갖는 단점인 이해상충 문제에 따른 개혁 지연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전략특구나 기업실증특례제도와 같은 '사회 실험적' 규제개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일본은 통상적 규제개혁을 위해 총리직속 심의·자문기구로 규제개혁회의를 만들었다. 여기서는 의료, 농업, 고용·노동 3분야를 개혁의 중점분야로 선정했다.
의료분야는 일반의약품의 인터넷 판매 허용에 이어 의료법인이 사업재편과 부대사업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효율화와 비영리 지주회사 설립을 담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농업분야는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이 농협에 대한 회계·업무 감사권과 지도·감독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폐지하고 농협에 대한 부과금 징수 권한도 폐지하도록 개정안을 내놨다.
고용·노동 분야는 정규직의 해고규제 완화 논의는 유보된 채 고연봉 화이트칼라에 대한 노동시간규제 배제를 담은 노동기준법 개정안과, 기업이 파견근로자를 받아들이는 기간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기업단위의 규제는 기업 맞춤형으로 개혁한다. 기업이 신청한 신규사업계획의 승인여부는 일본 정부 당국이 판단하지만 기업이 신규기술의 안전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방식으로 규제특례를 주는 방식이다.
지역단위 규제개혁은 정부나 지자체, 민간사업체가 특별구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용과 법인세·외국인 체류·농업 등 규제개혁을 패키지로 허용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사회나 노조, 농협 등 저항세력이 강력한 분야에 대한 규제개혁은 특정 지역에 우선 시행한 후 전국적 낙수효과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기업실증특례제도와 국가전략특구 등을 운용하면서 기업의 신사업 창출 사례가 가시화되는 성과가 나고 있다.
기업실증특례제도에서는 반도체제조업체 토시바(Toshiba)가 신청한 가스용기의 비파괴검사 허용 등 7건의 특례조치가 승인됐다.
국가전략특구에서는 오릭스그룹의 부동산회사, 유통업체 로슨(Lawson) 등이 농업에 진입했고 제약회사의 신약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우리도 일본과 같은 전략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판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의 성장전략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 역시 규제개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해상충이 없는 분야는 통상적인 규제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이해상충 문제가 현저한 분야에서는 일본의 국가전략특구와 기업실증특례제도처럼 특정지역 한정 혹은 기업맞춤형으로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