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관피아 피하자 구인 어려움.. 기존 인물 재선임 할 듯
[뉴스핌=전선형 기자] 삼성생명과 동양생명 등 상장 생명보험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들의 갑작스런 사임에도, 까다로운 선임 규정 탓에 적합한 인물 찾기가 어려워 당분간 보험사 사외이사 공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규정한 것보다 1명씩 사외이사가 부족하다.
삼성생명은 김정관 전 사외이사의 사임, 동양생명은 기존 사외이사들이 한꺼번에 사임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이 두 회사는 규정상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사외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3월 13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으나 일주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였지만, 보험업계에서는 LG상사 사외이사,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직책 등 다수의 겸직이 문제로 작용해 사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5조(이사회의 구성)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의 수는 전체 이사 수의 과반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범규준에 맞추려면 사외이사를 5명까지 늘려야 한다.
삼성생명 사내이사는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이사, 최신형 경영지원 실장, 곽홍주 CPC전략실장, 문태곤 상근감사위원이며, 사외이사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비롯해 김준영 전 성균관대 총장, 김두철 상명대학교 교수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규정상 다음 주주총회 때까지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된다”며 “적합한 인물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주총 전에 인물을 찾으면 임시주총을 열어 곧바로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3년 사외이사가 한꺼번에 퇴임한 것이 공백의 원인이 됐다.
동양생명의 경우 2013년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한 후 그룹에서 계열분리했고, 기존 사외이사 5명이 사임 및 임기만료로 전원 퇴임했다.
이듬해인 2014년 3월 동양생명은 정기주총을 통해 김상대 전 한화투자증권 상근감사와 유지수 국민대 총장, 나종성 연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하남신 SBS보도본부 논설위원, 이연창 전 비씨카드 상임감사 등 5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들의 임기는 2017년 3월까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20조(신임 사외이사 선임비율)에는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총수의 5분의 1 내외에 해당하는 수의 사외이사를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사외이사 총수가 5명 미만의 금융회사는 제외다.
다시말해 사외이사 총수가 5명 이상일 경우 주총을 통해 매년 1명을 교체하거나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2013년 사외이사가 다수 새로 선임되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 규정상 올해 1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추가 선임해야한다”며 “하지만 아직 인물을 선별하지 못했다. 내년 주총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의 사외이사 공백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사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발표되고 회사 내 사외이사 선임하기가 까다로운 건 사실”이라며 “모피아·관피아 논란으로 금융당국 등 관(官) 출신은 어렵고 학자나 보험사 실무자로 좁혀야 하는데 그 중 회사와 맞는 인물을 찾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이 주총 2개월이 지났는데도,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대부분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