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뢰한’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왼쪽)과 김남길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
[뉴스핌=장주연 기자]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을 얹고서 사는 거지.”
정재곤(김남길)은 범인 검거를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쓰는 형사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유일한 실마리인 준길의 애인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한다.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는 단란주점의 영업 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퇴폐적이고 강한 혜경에게서 외롭고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그의 마음은 점점 흔들린다. 혜경 역시 언제나 자신 옆에 있어주는 재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 ‘무뢰한’(제작 ㈜사나이픽처스, 제공·배급 CGV 아트하우스)은 언젠가 봤을 법한 익숙한 스토리를 그린다. 잔혹한 액션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느와르에 비극적이지만 피할 수 없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영화는 대사, 조명, 음악 등 모든 사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어떤 부분에서도 넘치지 않은 절제미는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이다.
때문에 이야기는 줄곧 혜경의 집 앞 골목, 단란주점 등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시간적 배경은 동이 트기 전이나 늦은 밤. 음악은 꼭 필요한 곳에서만 흐르고 캐릭터들은 말이 없다. 감정선 역시 건조하고 투박하다. 그러다 보니 거친 액션 신을 제외하면 영화는 전체적으로 메마른 느낌이다. 이와 관련, 메가폰을 잡은 오승욱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야지만 그들이 갖는 고통과 슬픔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오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 표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전도연이다. 혜경의 옷을 입은 전도연은 감정을 억누르고 기다리며 캐릭터와 완전히 하나가 돼나간다. 덕분에 관객은 (간혹 등장하는)폭발하는 감정 신은 물론이요, 무심하게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부터 깊게 팬 팔자 주름에서까지 혜경의 인생과 마주한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혜경의 삶을 이해하고 그의 감정 변화를 수긍할 수 있는 이유 자체가 전도연인 셈이다.
정재곤 역의 김남길은 수컷 냄새가 가득한 비장한 남자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나랑 같이 살면 안될까” 등 다소 오글거릴 법한 대사들도 영화 속 분위기에 맞춰 멋스럽게 살려냈다. 그간 여심을 사로잡았던 로맨틱한 면모에 거친 남성미가 덧입혀진 김남길의 연기는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또한 많지 않은 비중에도 불구,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박성웅과 곽도원의 열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인 요소다.
영화 ‘무뢰한’에서 김혜경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
‘무뢰한’은 지난 13일 개막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지난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2010년 ‘하녀’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전도연은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은 데 이어 이 영화로 네 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국내 개봉은 오는 27일이며 청소년 관람 불가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