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건보재정에 손해발생" vs 담배사 "신빙성·인과관계 없어"
[뉴스핌=김지나 기자]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제조사들은 소송대상자 3400여명에게 발병한 암과 흡연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내용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2부(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4차 변론은 담배회사들이 폐암 등이 발병해 건강보험으로 진료 받은 소송 대상자에 대한 상세 내역을 밝히라는 요구에 따라 건보공단이 소송대상자 3484명에 대해 흡연력과 급여비 내역 등을 법원에 제출한 뒤 열린 첫 재판이었다.
이번 변론에서는 건보공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개별 대상자에 대한 자료가 주요 쟁점이었다.
건보공단은 대상자들에게 발병한 폐암 등으로 인해 건보공단이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전산자료 중 대상자별 성별, 사망 여부, 흡연력(흡연량, 흡연량을 확인한 검진연도), 진료비 내역(진단명, 진료개시연도, 총진료비, 총진료비 중 공단부담금, 주 요양기관)을 정리해 제출했다.
건보공단 측 변호인은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상황"이라며 "흡연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암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3484명 개별 대상자의 해당 상병 발생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은 그러나 건보공단이 앞서 제출한 폐암·후두암 환자 3484명의 성별, 사망 여부, 흡연경력, 건강보험 급여비 내역 중 일부가 신빙성과 인과관계가 떨어진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그 개인에게 치료비를 줬다는 사실을 기초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진단서와 진단기록이 제출돼야 한다"며 개별적 인과관계 심리를 위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KT&G측 변호인은 "대법원은 폐암을 비특이성질환이라고 했다. 흡연한 사람들이 다 폐암에 걸리지 않는 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며 "폐암은 흡연 이외에 다양한 환경적 유전적 원인의 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는지, 언제부터 피웠고 중단했는지, 얼마나 피웠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필립모리스 측 변호인은 "건보공단이 스스로 작성한 목록은 법원이나 피고들이 내용이 맞는 지 확인할 근거자료가 없어 개별적 인과관계 인정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법에 규정된 보험자이자 공공기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정한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며 "이러한 자료는 공단이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 "흡연으로 인해 진료비 손실을 보상하라"며 (주)KT&G, 한국필립모리스(주), (주)BAT코리아 등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