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철수한 시장에서 고위험 고수익 투자
[뉴스핌=노종빈 기자]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통해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높은 신용 리스크에 등을 돌리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차익이나 이자수입을 챙기는 방식이다.
◆ 아시아 채권시장 불안감…자금 조달 어려워<출처 = 블룸버그통신>
글로벌 채권시장의 불안감으로 고수익 채권을 찾는 투자자들이 줄면서 아시아 고수익채권 발행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싸고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글로벌 채권 매도 우위 현상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의 올해 고수익 채권 발행 건수는 불과 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건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신용도를 가진 대기업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인도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로더그룹은 지난해 12월 10%대 수익률로 채권발행을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로더그룹은 지난 3월에도 5년 만기 회사채 2억달러(약 2184억원)를 12% 수익률로 발행하려 했으나 자금 조달은 목표에 못미쳤다.
홍콩 채권거래업체인 SC로위의 마이클 로위 대표는 "채권 시장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규제 확대로 민간 대출 성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당국이 투자은행들의 리스크 투자를 급격히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민간대출업체들에게 시장 진출의 기회가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골드만삭스 글로벌특수금융 부문 출신인 제이슨 브라운은 지난해 8월 헤지펀드인 아칸자산운용을 설립, 투자은행이 포기한 특수금융 사업 영역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신흥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지난해 7월 약 2억3500만달러의 민간 대출거래를 알선한 바 있다. 이 자금은 인도네시아 라쟈와리 그룹이 프랑스계 기업인 루이드레이퓨스의 팜유농장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조달된 것이다.
당시 라쟈와리 그룹은 자금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크레디트스위스 등으로부터 1년반 기간 동안 약 15~20%대의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라쟈와리 측 관계자는 "당시 거래와 관련한 규제와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 헤지펀드들, 단기 대출로 10% 넘는 수익 추구
아시아 민간 대출시장은 약 250억달러(약 27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분석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글로벌 비은행 대출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84% 증가했다.
일부 기업들은 단기 자금 확보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대체 차입에 나서고 있다.
홍콩 헤지펀드 토르 자산관리의 크리스 미코쉬 대표는 이른바 '시츄에이셔널 파이낸싱'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단기 대출을 통해 10%대의 이자 수입을 챙기고 있다.
미코쉬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주 매각보다는 고금리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은 주식을 매각하거나 단기 대출을 해야 한다"며 "이 경우 보통 단기 대출의 금리는 15%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