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확보 절실…3000억 증자 이어 지분 매각 가능성 고조
[뉴스핌=이수호 기자] 게임사 이미지를 벗고 종합 IT기업을 노리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실적 악화에 놓이면서 웹젠 지분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웹젠은 NHN엔터가 최대 주주로 있는 중견 게임사다.
이미 NHN엔터는 올해 초 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6월 출시 예정인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 마케팅비에 1200억원, 음원 공급업체 '벅스'로 알려진 네오위즈인터넷 인수에 1000억원 등을 집행해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웹젠 지분의 중국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게임사 킹넷이 웹젠 지분 인수에 나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킹넷 외에도 2~3 곳 정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설이 제기된 중견 게임사 웹젠은 최근 신작 모바일 게임인 뮤 오리진을 통해 일 매출 10억원(업계 추산)에 달하는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CI 제공 = NHN엔터테인먼트> |
업계에서는 NHN엔터가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웹젠의 지분 매각을 통해 실탄을 마련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NHN엔터는 웹젠 지분의 26.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보유한 지분 평가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달 초 네오위즈인터넷에 투자한 1000억원이 올해 진행한 3000억원의 유상 증자와 별개의 자금이라는 점에서 현금 유동화가 다급한 NHN엔터가 지분 매각을 서두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에 인수한 벅스뮤직(네오위즈인터넷)이 음원 서비스 업계 4위 업체라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연계와 간편 결제 서비스 확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추가적인 마케팅과 투자 비용이 절실한 셈이다.
NHN엔터가 실적 악화에 놓여있는 상황도 지분 매각설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NHN엔터는 지난 1분기 매출 1381억원, 영업손실 138억원, 순손실 105억원을 기록했다. 웹보드 규제로 인해 게임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 IT 관련 기업의 M&A를 거듭해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한국사이버결제(PG사), 파이오링크(보안 클라우드) ,티켓링크·인크루트(구직 및 예약업) 등 인수한 기업들의 면모가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장기 포석을 염두에 뒀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초 9만원대를 넘었던 주가는 지난달 7만원대 아래로 내려왔고,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5만원대까지 추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거듭된 투자로 인해 불과 몇 달 새 시총의 절반 가까이가 날아간 셈이다.
NHN엔터는 유상증자를 비롯한 펀딩 대신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융통하겠다는 뜻을 공식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8일 진행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안현식 CFO는 "추가적인 펀딩이 올해나 내년 중에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투자나 증권 중에 유동화가 가능한 부분은 상당히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텐센트와 킹넷 등 대형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점도 NHN엔터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지분 인수설에 직접 언급된 킹넷은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전민기적'(한국명 뮤 오리진)을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으로 '전민기적'의 흥행에 힙입어 최근 중국 심천A주 증시에 상장까지 이뤄냈다. 이미 웹젠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큰 무리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웹젠 지분 매각설이 꾸준히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인수 희망 업체들이 NHN엔터가 생각한 금액에 미달했고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도 협상이 잘 안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NHN엔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분 매각과 관련해 꾸준히 소문이 돌았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웹젠은 NHN엔터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각각 26.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회사 임원인 김태영, 김난희씨가 각각 0.45%, 0.06%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