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CEO 연봉, 근로자 373배
[뉴스핌=배효진 기자] 147억원 대 4000만원.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근로자들이 받는 연봉을 원화로 계산한 수치다.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잇달아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지만 정작 터무니없는 연봉격차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 |
미국노동총연맹 웹사이트 캡처 <출처=미국노동총연맹> |
미국 노동총연맹(AFL-CIO)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소속 기업 CEO와 일반 직원들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CEO 연봉이 일반 직원의 373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기업 CEO들의 연봉은 평균 1350만달러(약 147억3390만원), 일반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3만6134달러(약 3929만원)이다. 연봉 상승률 차이도 크다. 지난해 CEO 연봉이 15.6% 오른 반면, 일반 직원들은 2.4% 오르는 데 그쳤다.
CEO가 일반 직원보다 평균 373배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셈이다.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격차는 1980년 42배에서 2011년 380배까지 상승했다. 2013년에는 331배로 줄어들었다.
AFL-CIO는 대표적인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를 사례로 꼽았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의 시급은 9323달러다. 최저시급 9달러를 받는 일반 근로자가 1036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월마트 CEO와 일반 근로자의 연봉 격차는 무려 573배에 이른다.
리처드 트룸카 AFL-CIO 위원장은 "기업 CEO들이 임금인상이란 의제를 자신에게만 적용하려 들고 있는 것이 미국 소득불균형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대기업들은 임원 보상과 로비활동에 전념한 나머지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근로자들은 외면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마트는 AFL-CIO의 발표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랜디 하그로브 월마트 대변인은 "왜곡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조사 결과"라며 "AFL-CIO가 주장한 맥밀란 CEO의 연봉 1940만달러에는 1460만달러의 스톡옵션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해당 스톡옵션은 맥밀란 CEO가 목표 실적을 달성한 경우 3년에 걸쳐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그로브 대변인은 "맥밀란 CEO는 30년 전 월마트 물류창고에서 시급을 받는 일부터 시작했다"며 "그는 월마트가 직원들에게 직업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AFL-CIO도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미흡함을 인정했다. 개별 기업들이 구체적인 임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노동부가 집계한 근로자 임금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AFL-CIO는 기업들이 CEO와 일반 직원의 임금 중간값을 공개하고 CEO 연봉 지급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