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벌써 세 편째다. 무서운 영화라면 질색하고 달콤한 버스커버스커 노래를 즐겨 듣는 여린(?) 사람이건만 어째선지 공포물 못지않게 무섭고 거친 스릴러와 연이 깊다.
게다가 성과까지 좋으니 피할 도리가 없다. 지난 2012년 전파를 탄 ‘추적자 THE CHASER’는 그에게 SBS 연기대상을 안겨줬고 이듬해 선을 보인 영화 ‘숨바꼭질’은 560만 관객을 모았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더 테러 라이브’ ‘감기’ 등 쟁쟁한 기대작들을 모두 제친 성적. 이쯤 되면 ‘스릴러의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배우 손현주(50)가 또 한 번 스릴러로 스크린 점령에 나섰다. 14일 개봉한 영화 ‘악의 연대기’(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CJ 엔터테인먼트)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사람을 죽인 최반장의 이야기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는 스토리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악의 연대기’는 장르로 보면 스릴러인데 좀 특별해요. 화려한 액션이 들어간다거나 큰 폭발신이 있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대부분 영화가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이건 누가 선이고 악인지 자꾸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주 흥미로웠죠. 최반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했고요.”
극중 손현주는 최반장, 즉 최창식을 연기했다. 강력반에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베테랑 형사다. 하지만 특진을 앞둔 순간 자신을 납치한 의문의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인 그는 승진을 위해 사건을 덮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설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손현주는 러닝타임 내내 죽어라 뛰고 사력을 다해 싸운다.
“사실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 게 처음이 아닌가 싶을 만큼요. 아무래도 감독님 본인이 시나리오를 쓴 거라 심리적 디렉션도 디테일했죠. 그 감정을 아는데 나오지 못하면 저는 돌아버리는 거죠. 그런 면에서 아주 힘들었어요. 전달을 틀림없이 줬는데 너무 과할 때도 있었고요. 그럴 때는 저도 모르게 감독님이 해보시라고 하면서 예민하게 굴기도 했죠.”
손현주는 자신이 연기한 최창식에 대해 “절대 고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절대 고독 속에 몸부림친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산 로케 촬영을 하면서 손현주는 최창식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한 생활을 했다.
“거의 유배생활이었죠. 건강 때문에 술, 담배도 못하니까 도 닦는 심정으로 지냈어요. 엄청나게 외롭더라고요. 마동석은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후배들이랑만 술 마시고(웃음). 일주일 지나니까 돌아버리겠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항상 라벤더 향초 켜놓고 반신욕하고 그랬어요. 근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많이 도움됐죠.”
후배들이 자신만 빼고 즐겁게 지냈다고 장난스럽게 삐죽였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몸이 좋지 않았던 선배를 위한 배려였다. 촬영 직전 손현주는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터. 물론 그 역시 후배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연기까지 잘해준 후배들이 그저 기특하고 고마울 뿐. 특히 경찰 식구들을 모두 챙긴 마동석에게 각별한 마음이다.
“마동석, 박서준, 최다니엘 씨 그 외 많은 배우가 각자 임무를 잘해줬어요. 동석이 같은 경우는 사석에서 만나는 친구라 원래 친하고요.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무리가 있죠. 유해진, 고창석, 그리고 잘생긴 장혁과 샤이니 민호요. 술 한 잔씩 하면서 고민도 들어주고 내 고민도 나누고 그러죠. 뭐 고민이라고 해봤자 우리도 똑같죠. 일과 가정(웃음).”
현재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 홍보 활동과 함께 영화 ‘더폰’ 촬영에 한창이다. 엄지원과 촬영 중인 이번 영화도 역시 스릴러.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큰일”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그래도 다 조금씩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악의 연대기’는 무거운 영화예요. 예술 영화는 아니지만 열 명 중 세 명은 과거 자신의 뒷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죠. 무엇보다도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 작품이니 많이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쨌든 남의 돈으로 만든 영화니까 손익분기점은 채웠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지금 저의 가장 솔직한 마음이고요(웃음).”
Q1. 만약 최창식이라면 신고했다? 못했다? “저도 신고하지 못했을 거예요. 대신 마동석에게 전화했겠죠. 두말없이 뛰어와 달라고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해결이 안나겠더라고요. 왜냐면 아무리 친해도 남이잖아요. 지금이야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돼줄 거 같지만 결국은 남입니다. 아주 친하다고 해도 ‘어떡하니’하고 그 이후로는 남이 돼버리죠. 백 감독도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Q2. 최창식처럼 현실에 타협한 적이 있다? 없다? “인간이 과거를 생각하고 살면 좋지만 대부분 잊어버려요. 정신없이 살다 보니 처음의 모습은 없는 거죠. 최반장 역시 적당히 삶의 때가 묻고 타락하고 타협하는 사람이 된 거고요. 다만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해요. 저도 마찬가지죠. 저 같은 경우에 연극 하던 대학로가 그런 면에서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요. 돌아보면 그렇죠. 대단히 큰 잘못은 아닌데 소소한 것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협찬해주면 사인 10장 더 해주고 그런 거죠. ‘뭐 그 정도는 어때?’하고 했던 행동들을 다시 보면 구태여 그러지 않아도 됐던 것들이잖아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살면서 숨 쉬는 동안은 타협하면서 살지 않겠나 싶습니다(웃음).”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호호호비치/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