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중 9개국이 돈 풀어…한국도 추가 부양?
[뉴스핌=배효진 기자]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화폐전쟁에 참전하는 국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침체된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12일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등 돈 풀기에 나선 곳은 27개국으로 주요 20개국 가운데 절반 가량인 9개국이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곳은 덴마크로 기준금리를 모두 4차례 내렸다.
덴마크는 지난 1월 2주에 걸쳐 세 번이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2월에도 금리를 내렸다. 현재 덴마크 기준금리인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75%, 대출금리는 0.0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덴마크는 1982년부터 23년간 1유로=7.46038크로네의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크로네가 절상 압박을 받자 기준금리 인하와 자국 통화 매각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곳은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1년 만기 위안화 대출금리는 5.1%, 예금금리는 2.25%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세 번째 인하다.
지난달 19일에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종전 19.5%에서 18.5%로 100bp(1bp=0.01%) 내린 바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7.0%에 그치고 제조업 경기도 1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국제유가 폭락과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돈 풀기에 나선 곳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다. 매달 600억유로 규모로 내년 9월까지 총 1조1400억유로의 자산을 매입해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유로존의 4월 물가상승률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 0%로 올라섰다.
유가폭락과 서방제재에 비틀거리는 러시아도 루블화 강세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기 냉각을 우려해 올 들어 금리를 세 차례 내렸다. 현재 러시아 기준금리는 12.5%다.
한국도 글로벌 통화전쟁에 동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종전 2%에서 0.25%p 내린 1.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이 외에도 인도와 태국, 스리랑카 등이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이처럼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시장은 이번 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수출 부진과 물가상승률 둔화로 경기 회복세가 늦어지고 있어 한국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꺼내 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의 4월 수출액은 452억1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 줄어들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은 2009년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물가도 제자리걸음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쳐 5개월째 0%대에 머무르고 있다. 담뱃값 인상분인 0.58%를 제외하면 사실상 3개월째 마이너스 물가다.
서대일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원화가 강세를 띄고 있다는 점이 수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내수도 강하지 못해 올 상반기 중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 연구원은 “추가 부양카드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정부가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