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조엘 오스틴은 저서 ‘긍정의 힘’에서 “긍정적인 말이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활자 그대로 긍정의 힘은 대단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기란 사실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대중의 엄격하고, 또 때로는 가혹한 잣대를 견뎌내야 하는 배우란 직업은 특히 그렇다.
그런데 이 4년차 배우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괜찮거나 감사하다. 일부러 걱정거리를 잔뜩 찾아 안겨줘도 배시시 웃어버리기 일쑤고 칭찬을 건네면 테이블에 닿을 듯 고개 숙여 인사하기 바쁘다. “함께 있으면 정화되는 기분”이라는 관계자들의 말은 어쩌면 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서도 상대를 변화시키는 걸 보면.
배우 박보검(22)이 자신을 빼닮은 캐릭터로 관객을 찾았다.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제작 폴룩스픽쳐스,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렸다. 극중 박보검은 일영(김고은)에게 세상의 따뜻한 면을 알려주는 남자 석현을 연기했다.
“석현을 처음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죠. 항상 웃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아픔이 있거든요. 그런데 또 석현을 보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긍정적인 힘으로 어려운 일을 이겨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힘든 상황은 누구나 다 생기기 마련이니까요(웃음).”
석현에 대한 설명을 좀 곁들여보자. 그는 아빠가 남긴 빚 때문에 늘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지만 씩씩하게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동시에 제법 묵직한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밝고 희망찬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 ‘유일한’ 밝음이 마냥 좋지는 않았으리라.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처음엔 비슷한 면이 많아서 쉬울 거라 여겼어요. 근데 다 어둡고 다운돼 있는데 혼자 밝고 명랑하려니 힘들더라고요. 연기에 만족도 못하겠고 칭찬도 위로가 되지 않았죠. 그런 심신 상태가 싫어서 속상했고요.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연기에 확신이 생겼고 인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졌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노력을 해서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연기하자고 생각했죠. 그런 의미에서 성장통 같은 작품이고 그만큼 뜻깊어요(웃음).”
석현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말도 놓칠 수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닮았는지 물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다정다감함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하지만 “다정다감하기도 하지만 칼 같을 땐 또 칼 같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라는 점은 석현과 완전히 일치한다.
“처한 상황에 얽매이거나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긍정적인 모습이 큰 장점이자 공통점이라고 말할 수 있죠. 사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바뀌는 듯해요.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감사한 일들이 생겨요. 그럼 감사하다고 말하게 되고 그게 결실을 맺어서 또 다른 감사한 일들이 생기죠(웃음).”
박보검이 연기한 석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바로 일영을 ‘흔드는’ 남자. 재미삼아 최근 박보검을 흔드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연기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지금은 ‘뮤직뱅크’ MC를 앞둔 설렘과 걱정, 그리고 기대가 절 흔들죠. 가장 최근에는 중간고사가 절 흔들었어요(웃음). 그래도 다행히 시험은 잘 치른 듯해요. 학교도 열심히 다녔고요. 제가 기초를 탄탄히 하고 많이 배우고 싶어서 지원한 거니까 재밌게 다니고 있죠. 또 꿈을 위해서 열심히 나아가는 동기들을 보면 자극도 받고 자신도 되돌아보게 돼 좋아요.”
명지대학교 뮤지컬학과 14학번 박보검은 실제로 시간이 날 때면 꼬박꼬박 학교에 나가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운다. 바쁜 일정에 소홀할 법도 하건만 매주 교회에 가 반주 봉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바쁜 와중에 다 해내는 게 신기하다고 하자 “그러면 뭐해요. 연애를 못하는데”라며 장난스럽게 삐죽거렸다.
“아, 갑자기 슬프네요(웃음). 왜 연애를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마주치거나 만날 일이 없어요. 미팅하는 것도 어색하고요. 노력을 안 해서 그런가? 전 그냥 서로 잘 보듬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외적인 것보다는 종교나 가치관이 같고 그냥 선하고 남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좋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게 연기에 도움도 되고 삶의 경험이라고 말씀해주시니까 연애를 해보고 싶긴 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다 문득 ‘긍정맨’도 싫어하는 게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를 배려(?)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대답을 듣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결론은 하나였다. 긍정적으로 살자는 것.
“싫어하는 거요? 없어요. 좋은 게 좋은 거죠. 딱 하나 있다면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싫어요. 그리고 남들에게 잘못하면 다 돌아오게 돼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석현이처럼 모두 긍정적으로 좋은 생각, 좋은 말만 하면서 살아야 해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