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공격적 투자 어려울 것"...한국판 '리쇼어링' 필요
[뉴스핌=함지현 기자] 한때 우리나라는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해야만 했다.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동했다. 본사와 연구소, 핵심부품 공장 등은 국내에 두고 완제품 조립공장은 중국이나 동남아에 두는 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지기도 헀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업의 동반침체를 걱정해야할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는 물론 해외직접투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을 몇몇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세계 경제가 과잉공급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되고,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져 국내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고,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 작년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5년 전 수준…對 중국 투자 감소세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는 7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92억4100만달러에 비해 27.4%나 급감한 것이다.
우리 제조업체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 2011년 96억9800만달러로 100억달러에 육박했다. 우리 돈으로 10조원 가량을 해외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가 줄고 있다.
이같은 감소세는 중국에 대한 투자액 감소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투자는 25억8000만달러로 직전해 44억6200만달러에 비해 42.2%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서안 반도체 공장 대규모 투자가 2013년 일단락됨에 따라 역(易)기저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앞서서도 중국에 대한 투자가 2010년 27억6600만달러, 2011년 26억8300만달러, 2012년 27억4300만달러로 감소세가 이어졌다.<송유미 미술기자>
◆ 中 인건비 상승·투자 관망 탓…"향후 공격적 투자 어려울 것"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해외투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877위안이던 중국 내 32개 성(省) 평균 최저임금은 지난해 1403위안으로 뛰어 올랐다. 4년새 약 2배로 오른 셈이다. 인건비 상승에 국내 업체들은 생산기지를 임금이 더 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기거나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도 원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이 있더라도 경기가 나쁘다 보니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과잉공급으로 인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도 투자를 줄이게했다.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투자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점도 해외직접투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제조업을 포함한 전산업에서 대기업은 204억8400만달러를 해외에 투자했다. 이는 지난 2013년의 246억8700만달러에 비해 17%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면서 향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나 국내 경제가 새롭게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라기 보다 신중한 관망세이기 때문에 투자규모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은 기존에 체결된 큰 투자가 없는 이상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판 '리쇼어링' 목소리…현실화 위한 유인책 확대 필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처럼 한국판 '리쇼어링'(reshoring,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에 돌아오는 현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국내 U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해외직접투자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U턴이 필요한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음으로 인해 연간 34억달러의 투자기회가 손실됐다고 분석했다.
또 연간 평균 2만4000개의 일자리도 손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U턴이 필요한 기업은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부문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조업 고부가가치 부문 기업을 말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조업 공동화라는 문제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해외보다 자국에 투자를 해 제조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단순히 인건비나 가공비만을 줄이기 위한 제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세제 혜택이나 투자·고용 보조금 등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U턴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나 이미지 제고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