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올 2분기 엔/원 환율이 900원선을 사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라는 수급상 부담도 있지만 엔화보다 원화의 달러대비 절상속도가 가팔라질 수 밖에 없어서다.
23일 오전 8시 22분 기준 엔/원 환율은 100엔당 899.67원에 거래됐다. 개장 이후 900원선을 회복해 오후 3시 외환은행 고시기준으로 903.04원을 기록했으나 900원선 초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엔화와 원화환율의 동조화는 4월 중순 이후 달러화 조정장세 속에서 약해지고 있다. 재정환율인 엔/원 환율을 결정지을 달러/엔 환율은 상단이 제한되면서 지지되고 있으나 달러/원 환율은 현재 수준에서 레벨을 낮출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진다.
미국 긴축 이슈가 희석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간 1100원선을 넘나들었던 달러/원 환율도 이를 반영해 1080원대까지 하향 조정된 상황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달러화가 마냥 강세를 보이기 어려운 가운데 일본 내부에서 아베노믹스 산파로 불리는 하마다 고이치 교수가 달러/엔 환율 상승이 지나치다고 언급했다. 달러/엔 환율이 억지로 끌어올려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달러/원 환율은 CDS프리미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인 인식이 작용할 것"이라며 "마침 국내 1분기 GDP가 생각보다 양호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인식과 함께 외국인 주식자금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기간 119엔~120엔에서 등락한 달러/엔 환율 레벨에 달러/원 환율이 충분히 적응했다는 점도 한몫한다. 또한 2분기가 달러화 공급이 많을 시기란 점도 엔/원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분기에는 통상적으로 달러화 공급압력이 강한 시기"라며 "지난 1월과 3월 개입을 많이 했던 외환당국이 미국 압력도 있어 개입 타이밍을 보는 듯하다. 2분기에는 엔/원 환율의 800원대 진입을 볼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엔/원 하방지지력, 당국 개입이 관건
결국 엔/원 환율의 변수는 당국 개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개입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의견과 반대로 미국 환율보고서 영향에 눈치보기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으로 갈린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원 환율을 바라보는 한은의 스탠스가 변했다"며 "작년만 하더라도 엔/원 환율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반면 올해 들어서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임계치에 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대외시장에서 한국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며 "엔/원 환율 방어를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 있었다면 엔/원 환율이 크게 꺾이기 시작한 4월 초중반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00원선이라는 숫자가 의식되고 있는 상황에도 개입 물량이 줄었다"며 "상반기 중에는 속도조절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원 환율이 미국 긴축 이슈를 해소해 나가면서 하방지지력이 더욱 강해지거나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상승 동력과 더불어 하락 여지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원 환율이 무한정 떨어지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경제 회복속도에 달려있지만 최대한 넓은 범위로 봐도 엔/원 환율은 850원에서 900원 사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