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리넬리’는 18세기 실존인물이자 당대 최고의 부와 명성을 누린 카스트라토(castrato) 파리넬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카르트라토’는 변성기 이전에 거세해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남성 소프라노 가수를 일컫는 말로,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파리넬리의 인간적 면모와 음악적 고뇌, 상실의 고통을 조명한다.
뮤지컬은 주교가 파리넬리에게 거세를 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극 중 주교의 명령은 시대의 요구다. 실제 카스트라토 관습은 16~18세기 교회나 오페라 무대가 종교적 이유로 여자들의 노래를 금기시 하면서 생겨났는데, 뮤지컬에서 파리넬리는 이 같은 시대의 요구에 희생된 인물로 해석됐다. 후에 파리넬리는 유럽 전체에 명성을 떨치며 천사의 목소리를 가졌다 칭송받지만, 그는 여전히 거세당한 날의 악몽에 시달린다.
이후 이야기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다시 한번 절정에 오른다. 파리넬리가 헨델이 작곡한 ‘울게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열창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장면에서다. (실제 기록상에는 파리넬리가 헨델의 노래를 단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뮤지컬에서는 각색됐다.)
파리넬리의 내면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돼 감성을 두드린다. 특히, 파리넬리의 자아를 형상화한 검은 발레리노는 비애의 감성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18세기 바로크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한 의상, 분장뿐 아니라 각종 무대장치가 관객들의 심미적욕구를 함께 충족시킨다. 현실과 동떨어진 화려한 무대를 연상시키는 액자형 구조물, 실용성과 화려함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동식 계단 등이 인상적이다.
파리넬리와 동생 파리넬리의 그늘에 가려져 억눌린 자아를 비틀린 형제애로 표출하는 리카르도(이준혁)의 남남케미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 여기에 탐욕적인 래리펀치(원종환), 왕의 후원을 위해 오페라 전쟁에 뛰어든 헨델(김호섭) 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어우러져 큰 흐름을 완성한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HJ컬쳐 제공